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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몽족으로 사는 한국인

[쿨머니, 사회적 경제의 눈] 국제개발과 사회적경제로 바라보는 라오스

이병욱 서울양천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 네트워크팀장| | 02/27 06:00 | 조회 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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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호 국제기아대책기구 라오스 본부장./사진제공=이병욱
몰랐다. 그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가이드가 소개시켜 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를 라오스 현지사람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 유창한 라오스 말은 최수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라오스본부장을 라오스의 한 부족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한양대 사회적기업 리더과정 수강생 17명은 지난 2월 1일부터 6일까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우리은행의 후원을 받아 라오스 사회적기업을 탐방하러 갔다가 최 본부장을 만났다. 라오스에서 13년간 국제 NGO 활동가로 일하던 그는 거의 라오스 몽족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마을 이장과 함께 일할 때면 행정가 겸 마을 경영자가 됐고, 학교 건축을 할 때면 목수가 됐다.

그의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 위를 달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약 160km 떨어진 방비엥 마을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일행은 박두진 시인이 말한 ‘하늘’을 봤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이었다. 그 하늘처럼 맑아 보이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는 마을학교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을 스스로, 주민들 모두가 학교를 만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라오스 정부의 교육예산은 마을마다 학교를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백년지대계라 일컫는 아이들 교육은 민간이나 국제NGO의 도움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 탓에 마을 주민들은 한데 모여 학교의 건축부터 운영까지 모두 관여해 마을 공동체 학교를 만들어내게 됐다.

마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려면 일단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했다. 라오스에선 한 가족이 먹고 살려면 아이들까지 모두 일해야 한다. 어른들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간을 얻는다. 최 본부장은 공동 작업장을 마련하고 직업 교육과 마을 개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에 학교가 하나 건립되었다고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특히 라오스의 경우에는 약 49개의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로 사회주의 체제다. 언어, 문화가 다양하다.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제 NGO 활동가들이 아이들 수익사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 본부장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학교가 생기고 교육을 받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은 후에라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일시적인 지원책에서만 끝나는 국제개발사업은 지속성이 없다. 그래서 그는 마을 공동체가 수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할 수 있도록 한국의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형식을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공동의 수익과 이윤을 추구하고 평등하게 배분하는 사회적경제 시스템을 라오스 국제개발사업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가 라오스 산간 마을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당면한 것과 비슷했다. 한 공동체가 자기들이 처한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기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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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서울양천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 팀장
경제, 개발과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는 그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 우리 일행은 최 본부장의 말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사회적경제와 국제개발, 이 모든 것이 사람 중심 관계망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것이 몽족 마을에 학교를 세우러 간 그가 몽족이 되어버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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