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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손녀 도운 동네기업, 알고 보니 '강북 히어로'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강북구 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 금빛가람

이경숙 기자|이로운넷 에디터|, 백선기 기자|이로운넷 에디터| | 03/28 05:59 | 조회 7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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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금빛가람 임직원들이 70~90대 노인 모녀가 사는 한 가정을 방문해 에너지효율 개선공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맨 왼쪽이 백영학 대표.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창업 5년 만에 매출 100억 원 달성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2011년 1억3000여만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6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3000여만 원이었다.

이 순이익 중 70%는 동네 복지에 쓰였다. 이 기업은 가난한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이 사는 집을 살만하게 고쳐준다. 이가 안 좋은 취약계층한테는 치과진료를, 교육이 필요한 취약계층한테는 검정고시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받을 기회를 준다.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아이들한텐 장학금을 준다.

건축과 인테리어, 집수리가 주업인 이 기업은 올해 1월 종합건설면허를 땄다. 건설 주거복지 사회적기업 46곳 가운데 처음으로 종합건설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히든 챔피언, 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금빛가람(이하 금빛가람, goldenriver.nehard.kr)이다.

금빛가람은 ‘영세하고 뭔가 부족해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라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깬다. 사회적 가치와 함께 재무적 가치까지 성공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설립자인 백영학 대표(56)을 20일 만났다.

◇취약계층에 주거복지 사업하면서도 '연 200%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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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금빛가람의 백영학 대표가 고 이시영 부통령의 손녀, 이재원 씨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불 좀 켜주세요! 고마우신 분 얼굴 좀 자세히 볼 수 있게요."

전등이 켜지자 이부자리에 꼿꼿이 앉아있는 여성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다. 뿔테 안경 속에 영민하게 빛나는 눈, 독립유공자인 이시영 초대 부통령의 손녀 이재원 씨(65)다.

이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걸을 수 없다. 오빠와 단 둘이 북한산 자락의 허름한 가옥에 사는 이씨 사연을 백영학 대표는 북한산에 오르다 우연히 들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강북구 평생학습교육프로그램 '다산아카데미'회원들이 전해준 것이다.

지난해 겨울 금빛가람은 이 집에 외벽공사를 무상으로 해줬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백 대표의 친구는 생필품을 보냈다. 이씨는 백 대표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외벽공사를 해주신 덕분에 북한산 칼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어요. 그동안 난방을 떼도 웃풍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었거든요."

"친일파는 떵떵거리고 사는데 독립유공자 분이 이런 환경에 사시다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괜찮습니다. 독립운동이야 선대에서 하신일이고 당연한 일이었어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고."

소중한 분은 역사 속에 계신 할아버님이지 자신들은 아니라며 이 씨는 연신 손사래를 친다.

"대표님 주변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도 슈퍼에서 구멍가게 하나 차려도 될 만큼의 물건이 배달됐어요. 이렇게 폐 끼치면 안 되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시면 화내실 텐데요."

이씨 집을 나서던 백 대표가 문득 돌아서면서 함께 온 직원에게 일러둔다.

"할머님 댁에 보일러 기름 좀 더 채워드리세요.“

백 대표는 지역주민 고용 창출에 힘쓰고 공공시설 무상 보수, 강북구 상공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강북구로부터 '모범기업인' 상을 받았다.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의 김건식 단장은 금빛가람을 강북구의 히든 챔피언으로 추천하면서 “연 평균 200% 성장하면서 전국을 통틀어 유일하게 2015년 종합건설면허를 취득한 주거복지 사회적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동안 주거복지에만 국한됐던 지역내 사회공헌영역이 교육과 의료복지로 확대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사막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 그게 리더”

비록 백 대표가 사회복지사이긴 하나 금빛가람의 주업은 사회복지가 아니다. 건축과 인테리어, 집수리다. 주요 매출은 SH 공사, LH공사, 서울시 25개 자치구 등 공공 부문이 발주하는 공사가 75%를 차지한다. 나머지 25%의 고객은 민간이다.

경쟁이 치열한 건축, 집수리 시장에서 어떻게 금빛가람은 창업 이후 두 배씩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묻자 백 대표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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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금빛가람의 백영학 대표.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기업가정신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 창출도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좋은 일만 하다가 폐업했네, 망했네, 이건 변명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패장은 말이 없다고, 기업의 리더는 무조건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리더의 책무이고 이윤 창출은 가장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이 일반 경영자와는 약간 다르다.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반응할 줄 아는 정감(Compassion)”과 “공동체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가적 능력(Entrepreneurship)”을 가지고 “기회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말하고 있었다.

“리더는 사막에서도 장미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늘 머리와 가슴과 입이 한결 같아야 합니다. 리더는 전장의 장수 같아야 합니다. 장수는 물 한 방울이라도 졸개들과 부하장수들에게 먼저 먹이고 자신은 최후에 마시지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입이다.”

◇ 기술력만으로는 부족...‘연대’로 뚫은 시장 한계

성장의 또 다른 원동력은 기술력이다. 금빛가람 직원 16명 중 특급기술을 포함한 건축기사가 7명, 에너지 진단사 자격증 소지자가 4명이다. 건설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 취득과 ISO인증취득은 기본이다.

백 대표 역시 전문가다. 그는 지난 25년간 강남에서 빙그레와 동양제과를 주 거래선으로 굵직한 공사를 수행했다. 국내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고급주택의 실내건축을 맡으면서 벤치마킹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 평창동과 유엔빌리지, 방배동 등 고급 주택에서부터 주유소, 모텔, 기업체연수원 등 다양한 시공경험을 쌓았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험한 시장을 혼자서 뛰어다니기에는 벅찼다. 금빛가람과 백 대표는 2012년 전국 주거복지건설 사회적기업 12개와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공공영역 발주 분야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3년 협의체는 전국주거복지협동조합의 형태로 발전해 두꺼비하우징, 나눔 하우징 등 46개 법인으로 늘었다. 백 대표는 그 협의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13년 매출이 3배나 뛴 건 사회적기업끼리 연대해 B2G 즉 공공 시장을 뚫은 덕분이었다. 덕분에 수익구조도 좋아졌다. 2013년 7000만 원대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억3000만 원으로 3배나 늘었다. 백 대표는 이를 통해 작은 단위 일지라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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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아키테리어금빛가람 직원들이 강북구의 한 노인가정을 방문해 주거환경 개선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직원 절반 이상이 취약계층...제로에너지주택에서 찾은 비전

그는 사업의 어려움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5년여 전, 사회적기업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도전의식이 일었다. 선한 일을 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까? 영화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대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선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이 건설업이다 보니 이를 토대로 시작한 것이죠.”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면서 그는 ‘아키테리어 금빛가람’이라는 긴 이름에 자신의 지향을 담았다. ‘아키테리어’는 건축이란 뜻의 아키텍처(architecture)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회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금빛가람’이란 달빛에 물든 강을 뜻한다. 부의 상징인 금빛, 지속성의 상징인 강을 합친 말이다.

금빛가람 직원 1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9명이 취약계층이다. 가장 오래된 직원도 어려서 뇌 수막염을 앓아 몸이 불편한 장애우다. 55세 이상 시니어가 대부분이고 새터민도 있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170만 원을 웃돈다.

백 대표는 이들에게 각종 자격증 특히 에너지진단사 자격 취득을 독려한다. 단순히 직원들 교육복지 차원이 아니다. 그는 “노후주택이 많은 강북구는 한 집 걸러 집수리 가게일 만큼 경쟁이 심하다”며 “살아남으려면 남이 하지 않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진단사는 미래의 건축물로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이른바 ‘제로에너지 주택’을 짓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높이기 위해 창업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비전이기도 하다.

“경제적 취약계층 대다수가 에너지 취약계층입니다. 독거어르신, 소년소녀가장들 대부분이 에너지 효율 0에 가까운 노후된 주택에 살고 있어요. 도배 장판을 새로 하고 보일러를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단열이 안 되면 난방효율이 떨어져 비용이 올라가거든요. 에너지효율 개선, 제로 에너지 주택은 저소득층에게 더 절실합니다.” (더 자세한 탐방기 보기)


[팁]제로 에너지 주택이란?
에너지 자립형 주택이다. 초에너지 절약 요소기술이 접목돼 설계된 건축물에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추가한 형태로 화석에너지 제로를 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노원구 하계동 251-9번지에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가 들어선다. 연면적 1만7729㎡, 총 121세대 규모로 2016년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다.

이 단지는 패시브(Passive)공법과 액티브(Active) 기술을 사용하여 냉난방, 온수, 조명, 환기 등 필수 에너지를 화석연료의 사용 없이 제공 한다. 노원구와 서울시 그리고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이명주) 공동 주관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 연구사업인 '제로에너지 주택 최적화 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의 일환으로 총 442억 원이 투입된다.

제로에너지주택을 경험하고 싶다면 실험주택을 둘러볼 수 있다. 노원구는 2억9000만 원을 들여 노원구 하계동 251-8 골마을 근린 공원안에 제로에너지 실험(Mock-up)주택을 준공했다. 실험주택은 2층, 85.17㎡ 규모다. 관람 및 교육 프로그램은 월요일~토요일 주6일 동안 1일 5회, 1시간 단위로 진행되며, 제로에너지주택 연구단 소속 직원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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