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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7억 티켓 얻은 벤처기업가와 새로운 기업 '우주'

[쿨머니, 사회적 경제의 현장] 셰어하우스 우주의 김정현 대표와 창업멤버들

이경숙 기자 | 04/11 05:55 | 조회 9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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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벨베데레 호텔에서 열린 '2014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경련 제공) 2014.1.22/뉴스

회비와 참가에 드는 비용을 합치면 우리 돈으로 7억여 원.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로부터는 ‘부자들의 잔치’라는 비아냥을, 억만 장자들 사이에선 ‘내년에 못 가면 어쩌냐’는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포럼이 있다. 매년 초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대기업 총수와 사장, 재벌 3세들 등 국내 재계 인사들은 거의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 국제적 대기업의 대표들과 한 자리에 선다. 독일, 프랑스, 중국, 한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들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이런 포럼에 1986년생 한 청년이 멤버가 됐다. 심지어 전액 무료로, 초청됐다. 재벌 3세도, 굴지의 대기업 대표도 아닌 그가 다보스포럼 멤버로 초청된 이유는 오직 하나,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셰어하우스 우주’라는 공간공유사업으로 알려진 ㈜피제이티 옥의 김정현 대표는 제네바 시간으로 3월 30일, 다보스포럼의 자매기구인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위한 슈왑재단’ (Schwab Foundation for Social Entrepreneurship, 이하 슈밥 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사회적기업가 3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김 대표는 9월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서머다보스포럼, 내년 초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발제할 권한을 얻었다. 그동안 선정된 슈왑재단의 사회적기업가 300인과 교류하면서 사업 협력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모친에게 간을 이식하려고 수술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 주인공보다 극적으로 기업을 키우고 시트콤 ‘논스톱’보다 재미난 셰어하우스들을 운영하고 있는 그를 8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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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우주 1호점 앞에 선 김정현 (주)피제이티옥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기업가부터 재벌3세, 연예인까지...으리으리한 인맥의 배경

서울 숙대입구역 인근, ㈜피제이티 옥이 자리 잡은 여행박사 건물 1층 카페였다. 김 대표한테 첫 질문을 던지려는데 누군가 “김 대표 이름으로 커피 마셔도 되지?”하면서 농을 건넸다. 신창연 전 여행박사 대표였다. 잠시 후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김 대표한테 눈인사했다. 원조 아이돌 출신 사업가였다.

그의 인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 재벌3세와는 사회적기업가한테 공간을 지원하는 ‘디웰’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유명 금융가들이 설립한 소셜임팩트투자회사 ‘미스크(MYSC)’는 투자자로 참여했다. 슈왑재단 사회적기업가로 선정되는 과정은 익명을 요청한 모 대기업 관계자들이 별다른 이해관계 없이 도왔다.

정치권에선 다투어 그를 부른다. 그는 2012년 여당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제안 받았다.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캠프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2013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최고위원 자리를 제안 받았다. 그는 “정치라는 툴(도구)을 잘 활용해 낼 자신이 없어서” 정치판엔 들어가지 않고 있단다.

다니던 대학교에 휴학계 던지고 창업한, 평범한 집안의 청년 중 몇이나 이런 인맥과 경험이 있을까. 그에게 이런 으리으리한 인맥을 만들어준 진짜 인맥의 원천은 따로 있었다. 그와 함께 남다른 꿈을 품었던 평범한 20~30대 청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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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우주를 운영하는 (주)피제이티옥 사무실./사진=이경숙 기자
◇남다른 선택을 한 청년들의 남다른 관계망

김 대표가 2010년 저소득층을 위한 반값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딜라이트를 설립했을 때 함께 한 창립멤버들은 김정헌 씨 등 대학생 동료들이었다. 딜라이트는 2012년 국내 소셜벤처 중에선 최초로 상장업체로부터 재무적 투자를 받았다. 2013년 미국의 사회적 책임 인증기관 비랩(B-lab)으로부터 비콥(B-Corb) 인증을 받은 것도 국내 소셜벤처 중에선 최초였다.

그가 두 번째로 창업한 ㈜피제이티 옥의 창립멤버들 역시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계현철·이정호·조성신·박형수 씨는 딜라이트 인턴이었고, 김정헌 전 대표(현 플랜엠 사회공헌 컨설턴트)는 딜라이트 공동창업자이자 전략기획실장이었다.

당시 인턴이던 박형수 씨가 “집세 내고 생활비 하면 돈이 하나도 없다”고 푸념한 것이 새 사업의 시작이었다. 서울로 대학에 다니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한 그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3만 원을 내며 원룸에 살고 있었다. 공과금과 생활비까지 내고 나면 인턴 월급으로는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건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도 서울·수도권 대학생 중 절반이 최소한의 주거생활면적에 못 미치는 14제곱미터 이하의 좁은 공간에 살고 있다. 김정헌 당시 실장은 “이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보자” 하며 김정현 대표와 함께 인적, 물적 자원을 끌어왔다.

소자본으로 출발해 성공한 사업이 늘 그렇듯, 두 번의 창업이 성공한 가장 든든한 밑천은 사람이었다. 김 대표는 어떻게 이런 훌륭한 인재와 인맥을 얻게 되었을까. ‘내가 관심 갖는 사회 문제를 사업으로 풀어보자’는 사회적기업가정신? 소셜벤처 딜라이트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경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사회 문제와 솔루션을 잡아내는 능력?

분명한 건 ‘돈’의 힘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과, 사회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열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사람과 자원을 모았다. 그리고 성공으로 얻은 자원은 다시 다른 소셜벤처 설립에 투자했다. 즉, 성공의 과실을 자기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쓰지 않고 재투자했다. 이런 남다른 선택이 남다른 인맥 즉 관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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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우주'의 입주자들이 멤버십트레이닝(MT)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주)피제이티 옥

◇ 시트콤보다 재밌는 공유공간에서 '같이 사는 즐거움'

밤 새워 창업한 멤버들이 대학 졸업 후 원했던 일자리에 취업하거나 공부를 위해 회사를 떠난 지난해, 창업에 가장 큰 자원을 댔던 김정현 대표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창업 첫해보다 5배가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높여 잡았다. 3년 만에 흑자 전환도 노리고 있다.

그렇지만 “경쟁사 견제가 있으니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김 대표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버진그룹 창업가 리처드 브랜슨처럼 재미있게 사업하길” 바라고 창업했다는 그이지만 아직 사업의 재미보다는 생존의 절박함이 먼저 다가오는 듯했다.

“소심해서요. 브랜슨처럼 큰 그림을 보고 큰 투자를 하지는 못하겠어요. 월급 못 나갈까 무섭더라구요. 이제부터는 '셰어하우스 우주'를 가지고 재밌게 해보려고요. 딜라이트는 어려운 분들께 의료기기를 제공하는 회사라, 경영할 때도 진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주’는 즐거운 문화, 경험 제공하는 회사라, 좀 더 재밌게 경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꿈은 이미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시트콤 '논스톱'보다 재밌다. 18곳의 셰어하우스마다 창업, 여행, 영화, 금융 등 관심사를 중심으로 20~30대 입주자 128명이 살다 보니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디저트하우스의 여대생이 커피하우스의 남대생과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풋풋한 비밀연애를 벌이는가 하면, 잠귀 밝은 입주자가 하필 잠귀 어두운 룸메이트를 만나 서로 내보내려 기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소셜벤처에 관심 있어 막무가내로 면접 보게 해달라고 해서 입사했다"는 유정제 매니저는 "들어오기 전엔 셰어하우스에서 정말 재밌게 살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들어와서 실제로 보니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불편함만 제거한다면 혼자 살 때보다 충분히 즐겁게 살더라구요. 나갈 때 불만족 하는 이유 대부분은 공유공간을 같이 쓰는 게 불편하거나 회사가 관리를 잘 못해준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다들 '같이 사는 즐거움은 컸다'고 했어요. 전 이 문화가 더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유 매니저는 "같이 살아서 불편한 점을 회사에서 시스템적으로 없애주느냐가 우주 성장의 관건"이라며 "직원들이 모여 앉아 입주자 불편을 정리하고 솔루션을 개발해 끊임없이 메뉴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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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제이티 옥의 유정제 매니저(오른쪽)과 박준영 이사가 '셰어하우스 우주' 4호의 입주자들이 퇴실하면서 화분을 선물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경숙 기자

◇"있는 집 자식들이 누리던 기회를 없는 집 자식들한테도"

이들은 올해 주택을 짓거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이를 위해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있는 집 자식들이 누리던 기회를 없는 집 자식들도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청년들이 살기에 서울,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너무 높아요. 주거비 부담은 큰 사회 문제입니다. 우리는 생활비는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을 계속 늘려나가려 합니다. 낮은 가격으로 좋은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여러 제휴를 통해 취업, 어학연수 같은 다양한 기회를 함께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내가 관심을 갖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딜라이트 성공으로 번 돈은 5개의 기업과 2개의 비영리 조직, 2개의 투자회사에 투자했다.

그와 동료 투자자들은 새로운 유전자를 지닌 기업들의 '우주'를 만들고 있다. 그 유전자는 시장을 바꾸는 '파급력'과 함께 '사회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순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해 지속성을 담보 받으면서도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이상을 실현하는 툴은 여전히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툴 자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사람들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어요. 사회 문제를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가 더 많아지도록 기여한다는 건 멋진 일이지요.“

이보다 멋져 보이는 일을 그는 또 하나 준비하고 있다. 간경화증을 앓고 있는 모친을 위한 간 이식 수술이다.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가슴을 여는 일. 이것은 그가 역할모델로 삼았다는 리처드 브랜든도 못할 멋진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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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우주'는 테마별 공유공간으로 설계되어 관심사가 같은 입주자들이 모여 살 수 있다. 사진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거실이다./사진제공=(주)피제이티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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