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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말라, 서둘지 말라, 천재 아닌 창재의 시대다"

[쿨머니, 토닥토닥편지] <1>이시형 박사가 이 시대 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경숙 기자|이로운넷 에디터|, 백선기 기자|이로운넷 에디터| | 05/09 09:40 | 조회 33220

돈 버느라, 일하느라 아이와 시간을 못 보내서 죄책감이 드는가? 내 아이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한가?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서두르지 말라, 놔둬라.”

40여 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국공립어린이집 건립과 운영 지원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이사장인 그는 ‘자기조절력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제목으로 지난 6일 광명시 청소년수련관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그의 강연과 저서 중 일부를 편지글 형식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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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 우리 아이 미래를 결정하는 ‘자기조절력’...사회에 영향
- 환경 변화로 '천재'의 시대는 가고 '창재'의 시대 와
- 선행학습 의미 있는 아이는 3만 명 중 1명뿐...발달단계 맞게 키워야
- 아이·어른 모두 과민한 상태...정신과 찾는 아이 만들지 말라


얼마 전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막 때려요. 경찰이 말려야 할 정도로 폭력을 써요. 폭력 쓴 사람한테 이유를 들으니, 쏘아봐서 기분 나빴다는 거에요. 그래서 상대방한테 왜 쏴봤냐 물으니, 지하철을 타는데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쳐다봤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과민한 상태에요. 감정조절이 안 되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더 문제예요. 오죽하면 제가 ‘둔하게 삽시다’라는 책을 썼겠어요.

아이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키우려면 어른들부터 마음을 다르게 먹어야 해요.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을 그냥 놔둘 줄 알아야 해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내가 어렸을 적에는 산이며 들이며 강이 온통 아이들 놀이터였어요. 거친 산야를 거침없이 달리고 뛰며 놀았고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장난감 삼아 놀았죠. 뛰고 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뇌가 발달했어요.

밭일, 논일을 하며 집안일도 돌봐야 했던 엄마들은 아이를 돌볼 틈이 없었죠. 집 안팎으로 바쁘게 다니느라 아이 혼자 방에 눕혀놓기 일쑤였습니다. 남겨진 아이는 혼자 놀다 울기도 했고 지치면 체념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단념의 훈련은 그렇게 저절로 이루어졌어요.

아이가 우는지 깼는지 신경도 못 쓰고 일에 쫓겨 다니던 엄마가 한참 있다 들어와 아기를 품에 안으며 "아이고, 내 새끼!"하면서 아이의 뺨에 자기 뺨을 비빕니다. 이 순간 엄마의 사랑이 품 안의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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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건립을 지원한 국공립어린이집의 한 아이. /사진제공=생보재단

동네어른들은 엄한 감시자였죠. 집밖이라 해도 아이들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들을 만나면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몇 번씩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를 드려야했어요. 버릇없고 무절제한 행동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마을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들판의 빈터나 뒷동산이었죠. 때로는 이곳에서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어요. 인간관계의 기본을 익힌 겁니다.

옛날에는 이런 식으로 집안에서뿐 아니라 마을 골목 어디에서나 자기조절능력을 키웠어요. 자기조절중추가 발달하면 자기 감정과 행동을 잘 통제하고 공감능력,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아픈 기억을 소거하면서 어떤 일에 실패해도 극복하고 다음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죠. 한 마디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밥벌이 하게 해주는 게 자기 조절력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은 우리가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미래를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알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능력입니다.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생후 6개월 이전엔 충분히 사랑해주고, 만 3세까지는 잘못된 행동이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안돼’ 라고 말해주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자기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선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진한 사랑을 줄 수 있다면 반감이나 불신감은 쌓일 수 없어요. 방임인지 사랑인지 아이는 알아요. 어른보다 더 민감한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진한 사랑 속에 엄마가 없는 동안의 고통은 다 사라지고 참고 기다리면서 자기조절능력이 절로 자랍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보세요. 햇빛 아래 뛰어노는 대신 책상 앞에서 알파벳을 배우고 있어요. 지식은 배울지는 몰라도 자기조절력을 키울 황금 같은 기회를 잃고 있는 겁니다. 그뿐인가요? 아이들은 선행학습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어요. 선행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는 천재에요. 그런 아이들은 3만 명 중 1명뿐입니다.

아이가 천재라면 선행학습을 시켜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그만두세요. 보통아이들은 아직 논리적인 추리와 사색의 회로가 덜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구겨 넣으려다보니 자꾸 밖으로 튕겨져 나옵니다. 헛수고에요.

천재란 건 타고나는 겁니다. 우리 반에도 천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창재, 즉 창조적 인재는 훈련에 의해 되는 것입니다. 훈련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재의 시대는 끝났어요. 창재의 시대입니다. 창조력이란 두루두루 널리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에요. 그럴 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말 듣는 사람이 별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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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숲어린이집의 아이들. /사진제공=생보재단

우리 아이들은 100세를 살게 될 수도 있어요. 재수 없으면 120세를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살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아프리카나 북극에 살 수도 있어요. 달나라에 살지도 몰라요.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직업을 갖고 살아갈 겁니다. 그런데 의사가 돼라? 변호사가 돼라?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아이가 어느 시대에서든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상황을 잘 참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실패나 좌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구력,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유연성, 어떤 일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 이런 게 우리의 주제인 자기감정 통제로 귀결됩니다.

모든 아이들에겐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이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해보니 잘 할 수 있고 그래서 즐거운 거죠. 이것이 바로 강점 지능입니다. 그런데 이건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몰라요. 찾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는 겁니다.

교육이란 강점지능을 찾아내 최고로 발현시켜주는 것입니다. 학력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게 있어요. 보이는 학력은 점수이고 안 보이는 학력은 리더십, 창조성, 희생정신입니다. 학교에선 돋보이지 않던 아이가 사회에 나와서 일취월장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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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사장 강연. /사진=홍봉진 기자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력을 찾아보니, 30대 후반에 길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일찍 시작해야 하는 직업도 있습니다. 운동 같은 것이요. 그러나 인사나 경영 같은 건 40대에 피어나요. 입사자 몇 백 명 중 사장감은 30~40대에 나타납니다. 그러니 애를 크게 넓게 보고 키워야 합니다.

내 나이 딱 50살에 장수 건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도 내가 80살 될 때까지 이러고 다닐 줄 상상을 못했어요. 이렇게 오래 건강하게 살 줄 알았다면 서둘지 않고 인생을 다듬었을텐데.

부모로서 우리가 꼭 해주어야 할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신과를 찾는 아이는 만들지 않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인데 잠을 못 이룹니다. 어떤 이는 강박증이 심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삽니다. 내가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건전한 인격을 가진 사람,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인생은 깁니다. 많은 걸 보여주세요.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렇게 해도 애들은 잘 자랍니다.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리도 말고 적절한 거리에서 지켜보세요. 그리고 엄마아빠는 자기 삶을 사세요. 그러라고 우리(생보재단)가 국공립어린이집 짓는 겁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육아...사회가 함께 해야”

교사가 수업하는데 학생들은 자거나 딴짓을 한다. 교사를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어떤 부모는 자기 아이를 보호하겠답시고 학교로 찾아와 교사한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 지금 한국의 학교 풍경 같은가? 이것은 1960년대 미국 전역의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지원하고 있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보재단)의 이시형 이사장은 “30여 년에 걸친 연구 결과, 교실 붕괴의 가장 핵심적 요인은 아이들의 자기 조절 중추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데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분석의로도 유명한 그는 미국 유학 당시 학교 컨설팅을 하면서 교실 붕괴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 조절 능력이 생기려면 세 돌이 되기 전까지 안와전두피질(OFC, Orbital Frontal Cortex)가 발달해야 하는데, 당시 미국 사회는 OFC가 미성숙한 아이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1960년대 자기 중심 주의가 번지면서 미국 사회 한쪽에선 자유분방하게 자기 삶만 추구하는 부모들이 쉽게 이혼했고 아동을 방임하거나 학대했다. 다른 한 쪽에선 ‘육아엔 애정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부모들이 애정 일변도로 아이를 키웠다. 방임과 학대뿐 아니라 애정과잉도 두뇌 OFC 발달에 좋지 않다.

이 이사장은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인간군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OFC가 미성숙한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 어른이 되면 폭력, 살인, 방화 같은 범죄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아기에 부모한테 당하는 방임·학대는 (자기조절력을 잘 형성 하는 데에) 가장 나쁘다”며 “이런 아이들은 사회와 기관에서 자기 자식 돌보듯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내 자식이 아니까 모르겠다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아이가 아니니까 더 따뜻하게 감싸고 보듬어야 한다”며 그는 “그건 사회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양육에 어려움을 겪거나 미숙한 부모에겐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은 전체 영유아 중 70%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반면 한국 아동의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0.4%에 머물러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을 기다리고 있는 입소 대기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미 15만7544명으로, 수용 가능 정원(11만3830명)을 크게 초과한 상황이다.

이에 생명보험사 등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국공립어린이집 건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생보재단은 2012년부터 10곳의 국공립어린이집 건립을 지원했다. 건립 지원을 원하는 지자체 관계자는 생보재단 홈페이지(www.lif.or.kr)의 문의 코너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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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건립을 지원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자기조절력을 강화하는 세로토닌키즈, 창의 인성 리더십 교육,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생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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