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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기 봉사는 없다" 감성 쌓는 '볼런투어'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온]<3>서울 은평구 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5/23 05:53 | 조회 6900

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이하 세상아이)'의 김문정 대표(39)는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낯 뜨거운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 애를 대신해 제가 봉사하면 안 될까요?"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인성을 교육하자는 취지로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자원봉사가 의무화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봉사활동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기보다는 의무를 쉽게 빨리 끝내버리려는 변칙행위는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대충 때우는 청소년들도 많다"며 "입시 위주의 교육은 넉넉한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불행한 현실을 어디에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 이 문제를 풀어내려 김 대표는 2011년 세상아이(sesangi.org)를 창업했다.

세상아이는 국내외 사회문제의 현장으로 가 문제해결에 동참하는 '볼런투어', 나눔교육과 봉사활동, 진로교육을 벌이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봉사활동을 돕는 사업인데도 매년 100~200%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상아이의 남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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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가 진행한 몽골 볼런투어에서 참가자들이 집없는 몽골 아이들을 위한 전통 천막 가옥'게르' 를 지었다. 몽골 바가노루구 지역에서는 부모없이 친척집을 전전하거나 형제끼리 월세를 사는 아이들이 많다. 또 연료를 마련할 돈이 없어 영하 40도의 추위를 그냥 버텨낸다./사진제공=세상아이

◇비누 만들며 '빈곤지도' 퍼즐...즐겁게 나눔 공부

지난 3일 5월답게 푸르른 낮, 은평상상허브에 나눔의 정신을 느끼고 배워보자는 아이들이 모였다

“3초! 생일케이크 위의 촛불을 끄는 아름다운 시간이에요. 하지만 지구촌 반대편에서는 배고픔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어린이들이 3초에 1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2000원! 누군가에게는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기위한 한잔의 커피 값이지만, 지구 반대편 10억명 사람들에게는 이틀을 살 수 있는 생활비입니다.”

동영상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상아이의 ‘나눔 액션’ 수업장면이다. ‘나눔’이 왜 필요한지,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제작한 동영상 한편을 보고나면 뭔지 모를 가슴 묵직함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된다.

체험의 시간이 이어진다. 오늘은 천연 비누 만들기다. 진행이 특이하다. 틀에 부어진 재료가 굳는 사이, 아이들은 '빈곤지도' 퍼즐을 맞춘다. 각 나라별 빈곤지수를 표현한 지도다.

주현경 세상아이 교육팀장은 아이들에게 "빈곤이 질병과 굶주림, 아동노동착취의 근본 원인"이라며 왜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 약 2시간 동안 나눔의 정신을 깨닫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이끌어주는 과정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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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의 나눔액션 수업 중 아이들이 비누가 굳는 동안 빈곤지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사진제공=이우기 작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여행에 봉사 접목...역발상으로 시장 개척

김 대표는 청소년 사회복지분야와 자원봉사센터에서 16년 동안 일했다. 오랜 경험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봉사활동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봉사활동이 의무화가 된 후에 억지로 하는 애들이 많아졌어요. 실제로 어떤 연구보고서에서 학생들한테 물어봤대요. 어른이 되면 봉사활동할 거냐고요. 근데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과반수였어요. 충격을 받았죠."

그는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여행과 봉사를 융합한 ‘볼런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봉사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변해가는 과정을 눈여겨봤다. 여행 산업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빌리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하잖아요. 이런 긍정적 이미지에 봉사를 결합시키면 사람들에게 더 빠르고 쉽게 봉사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세상아이는 몽골, 네팔, 라오스의 현지 여행사와 협업해 방학과 연휴를 이용한 '볼런투어' 사업을 시작했다. 역발상은 시장에 먹혔다. 2011년 12월 첫 매출을 낸 이래 2013년까지 매년 100~200% 성장했다.

◇사업 위기를 계기로 만든 '나눔액션' '나눔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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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를 설립한 김문정 대표./사진제공=이우기 작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그러다 지난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왔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사업이 거의 올스톱된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업종의 다각화가 절실했다. 그 때 착안한 것이 나눔액션, 나눔 진로다.

나눔액션은 천연비누, 크레파스 등 기증할 물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느껴보는 수업이다. 나눔액션이 교육현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해 4월까지 3개월 매출이 작년 한해 매출을 넘을 정도로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세상아이는 봉사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진로교육과 접목시키기도 했다. 봉사도 직업처럼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지 현장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나의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고 전공과목과 직업이 정말 나랑 잘 맞는지 봉사활동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며 "현재 미술에 재능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만일 세월호 참사로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볼런투어 사업에 안주해 변화를 이끌지 못했을 것이다.

◇ B2B 진출로 새 시장 열어..."지원조직 덕에 고비마다 용기"

올해에는 처음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가 기업전체 사회공헌활동사업을 위탁해 비투비 사업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김 대표는 "작은 조직들이 인원을 모아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기업이나 다른 역량 있는 단체와 협력하면 더 많은 수혜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늘 뭔가 새로운 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추려면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해요.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즐기는 소셜벤처들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또한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구에 굉장히 민감해 광범위한 조사를 계속해요. 작은 규모의 사회적 기업들이 도저히 얻기 어려운 정보를 얻는 데에 상당히 도움이 되지요."

초등학생 딸 쌍둥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김 대표가 비영리단체생활을 접고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험난한 사업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건 모두 사회적경제를 퍼뜨리는 각종 지원조직들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첫 단추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된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었다. 그는 만일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창업에 대한 두려움에 시도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큐베이팅 과정은 비록 1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실력을 다져 2011년 SK 세상사회적기업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했다. 작년에는 H-온드림 디벨로핑 부분에서 수상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상아이 역시 사업 수행 과정에 가능한 많은 사회적기업들을 끌어들인다. 은평구 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마을무지개’라는 다문화 사회적기업에 케이터링서비스를 맡겼다. 지방에선 가급적 인근의 사회적기업 식당을 이용하거나 사회적기업에서 운영하는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다.

세상아이는 올해 은평구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은평볼런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은평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의 강민정 매니저는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며 자원봉사의 묘미를 전하는 세상아이의 ‘필살기’는 열린 마음” 라고 말했다. 강 매니저는 “세상아이가 우리 동네 히든챔피온에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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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 직원들이 소셜벤처 세상을품는아이의 볼런투어 프로그램 중 강화도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사진제공=세상아이

◇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게 개인? 환경을 먼저 보라

김 대표는 마음 없는 봉사활동에 대해 애들이나 학부모에게만 뭐라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과 제도를 바꾸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제도와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하라고 하니까 변칙적이고 비뚤어진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세상아이가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팁]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육성사업과 경연대회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www.socialenterprise.or.kr)이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도전해보자. 2011년 이후 도움을 받은 창업팀은 1500여팀에 이른다. 마리몬드, 바이맘, 파머스페이스, 에이컴퍼니 등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이 지원과정을 거쳐갔다.

육성사업에 선정되면 먼저 창업 공간을 제공받는다. 사업내용에 따라 최소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에 이르는 창업비용을 지원받는다. 또 멘토링서비스를 통해 창업 전 과정에 걸친 상시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대내외 자원을 연계 받을 수도 있다. 1년 간 지원이 끝난 후 우수사례로 선정되면 네트워크와 자원연계,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계속 제공받을 수 있다.

신청자격은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팀) 또는 창업1년 미만의 기업이다. 나이제한은 없다. 기본 인큐베이팅 과정은 1년이다.

모집은 매년 1회 상반기 중 진행된다. 올해는 2월부터 한 달간 모집해 지원자 1086곳 가운데 460곳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팀은 전국 19개 지역별 위탁운영기관을 통해 1년간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5월28일부터 7월24일까지 모집하는 소셜벤처경연대회를 통해 내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자 일부를 사전 선발한다. 이 대회의 창업 부문 권역 대회를 통과하면 결선 수상과 상관없이 최종 심사를 통해 2016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자로 선발된다.

지난해의 경우 권역대회를 통과한 팀 가운데 90%에 가까운 100여개팀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자로 사전 선발됐고 올해는 그 대상인원을 더 늘릴 전망이다. 자세한 모집요강과 안내사항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지원팀(031-697-7711~7)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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