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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불치?여럿이 손 잡으면 다른 희망 생겨요"

[쿨머니, 토닥토닥편지]<3>한경혜 강동구치매지원센터 팀장이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

백선기 쿨머니에디터| | 08/01 09:40 | 조회 4309

2014년 한 유명 아이돌 가수의 부친이 오랫동안 봉양해온 치매 노모를 살해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평소 효자로 소문났던 터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치매 환자 수가 61만 명인 시대다. 이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치매환자는 정부의 지원으로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 수 있지만, 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치매환자의 가족은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15년 동안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지켜보며 고락을 함께한 한경혜 강동구치매지원센터팀장(56)이 들려준 대처법을 편지글 형식으로 전한다.

- '치매 걸리면 풍비박산'은 오해...경증치매는 일상생활 가능
- 원인에 따라 완치되기도...중증치매도 악화 막을 수 있어
- 12곳의 기억키움학교, 전국 36곳 치매지원센터, 자원봉사자 등 도움의 손길 많아
- 돌보는 가족이 편안해야 환자의 증상 완화...부양스트레스는 치매가족모임에서 해소


메르스로 온동네가 숨죽였던 7월, 어느 늦은 오후. 한달 만에 72살 순옥할머니가 센터를 찾아오셨어요. 할머니는 대뜸 제 손을 붙잡고 "요즘 할아버지가 밤새 돌아다녀 한숨도 잘 수가 없어!" 라고 하십니다. 순옥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니 앙상한 뼈가 드러나 깜짝 놀랐어요. 이러다 할머니도 문제 생기겠다, 싶어 할머니도 치매 검사 받으시라고 하니, "검사해서 뭐하냐, 그러다 나까지 치매면 애들한테 짐만 된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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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혜강동구치매지원센터팀장(맨오른쪽)이 조호물품을 받으러온 할머니의 근황을 묻고 있다.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가족 중 누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난다고들 하죠. 그렇지 않아요. 그건 오해입니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일찍 발견해 관리한다면 일상적인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답니다.

저희 센터에는 경증 치매 환자분을 위한 ‘기억키움학교’가 있어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보재단)의 지원으로 문을 연 이 학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중증으로 치달을 수 있지만 증상이 가볍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에서 소외된 분들을 위한 유일한 시설입니다. 생보재단은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이런 시설을 전국에 12개 지원하고 있는데, 저희 강동구 기억키움학교에는 현재 20여분의 어르신들이 다니셔요. 1년여가 지난 지금 18분이 그때 그 모습으로 지내고 계시거나 증상이 호전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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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치매어르신들이 기억키움학교에서 원예치료 수업을 받으며 인지능력을 계속 유지 또는 향상시키고 있다./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73살 복순할머니와 따님 명희씨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난 8년 동안 치매를 앓아온 복순 할머니는 사람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대화에 반응이 없으신 분이셨어요. 1년여 동안 기억키움학교에서 음악, 미술, 원예, 작업치료를 받으시면서 활달해지시고 스스로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세요.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보며 지내시던 분이 밥상이 차려지면 따님께 뭔가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고, 식사가 끝나면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아주시거나 행주로 식탁을 훔쳐 주시기도 합니다. 보통사람들은 뭐 그깟 일이 큰 변화냐고 하시겠지만 치매 환자들에게는 놀랄 만한 변화랍니다.

변화는 복순 할머니뿐 만 아니라 24시간 할머니 곁을 지켰던 따님 명희 씨에게도 찾아왔어요. 명희씨는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어요. 지금은 어머니를 기억키움학교에 모셔다 드리고 짬을 이용해 은행일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수영장도 다니시면서 살도 많이 빠지고 예뻐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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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혜 강동구치매지원센터 팀장./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치매란 병은 이처럼 본인은 물론 가족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질병입니다. 상담하러 오시는 가족 분들의 첫 마디가 뭔지 아세요? 한결같이 “이런 분이 아니었어요” 랍니다. 맞아요. 어느 순간 당신 앞에 선 아내와 남편, 부모님이 낯설게 느껴지시죠? 그 당혹스러움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는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입니다.

치매는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원인에 따라 일부는 완치가 될 수 있고 조기발견하면 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다소 좋아질 수도 있어요. 중증치매환자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붙잡아 두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게 혼자 힘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요. 환자와 가족을 둘러싼 여럿이 손을 잡아야해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구청, 복지관, 보건소 등 치매관련 기관이 많아요. 서울시에는 25개 자치구마다 치매지원센터가 있고 지방은 11개 광역시에 1개씩 치매지원센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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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지원센터에서는 게임,미술,음악,원예,작업치료등 다양한 인지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


그리고보니 올해 75살인 미숙 할머니가 떠오르네요. 몇 해 전 구청의 소개로 한 노부부가 저희센터를 방문하셨어요. 기초수급자이신 할아버지는 중증치매, 할머니 역시 경증치매환자였지요. 그 후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을 무려 3번이나 시도하셨어요.

이 할머니에게 센터에서는 같은 연배의 어르신 봉사자를 연결시켜 노노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스타이머를 집에 설치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드렸어요. 종교기관을 연결해드렸더니 마음의 안정을 찾으시고 복지관에서 서예를 배우시면서 작품 전시회를 할 만큼 실력을 키우셨어요. 두 달 전 부터는 젊었을 때 뜨개질 취미를 살려 가난한 아이들 돕는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아기 털모자를 떠서 보내실 정도로 좋아지셨답니다.

치매 환자 한 명이 삶이 달라지면 가정이 튼실해집니다.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막대한 비용을 줄여줍니다. 국가가 아무리 경제적, 물질적 지원을 해준다 해도 한계가 있어요. 그 틈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많은 봉사자들이십니다.

저희 강동구만 해도 저소득층 치매어르신들의 집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집수리봉사단, 집안의 망가진 물건들을 고쳐주는 맥가이버 봉사단이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차량봉사자들이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치매할머니를 돌보는 할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가르쳐드리는 요리봉사자 그리고 독거어르신들에게 아들, 딸, 손자가 되어드리는 효 봉사단도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애써주시지만 가장 힘들고 또 잘 견뎌내야 하는 분이 바로 24시간 집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입니다. 그 분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 할 수 없어요. 병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거든요. 벌컥 화를 내곤 금방 후회하고…. 그런데 환자분이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게 아니거든요. 그분들에게 "왜 또 그래" 하지 마시고 가족분들이 이해하고 마음을 돌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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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치매지원센터에서는 월8회 치매가족모임을 열어 부양부담을 덜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등을 공유한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치매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가족 모임에 나오세요. 누구라도 참석하실 수 있어요.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끼리 흉금을 터놓고 하소연도 하다보면 나만이 이런 멍에를 짊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때론 내가 제일 힘든 상황이라 여겼는데 더 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받기도 하죠.

전문가로부터 상황별 대처법을 익히고 다른 가족 분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큰 소득입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손요법이라든가 요가, 웃음치료 등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도 있구요.

그거 아세요? 보호자가 편안해야 환자분이 안정을 찾으십니다. 보호자가 불편하면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당신의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원하신다면 주보호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세요.

세상에 당연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며느리이기 때문에 맏이이기 때문에 모든 걸 떠안아야하는 건 아닙니다. 치매는 계속 진행되는 병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보호자분도 한계에 부딪힌다는 걸 아시고 가족이 최대한 짐을 나누어져야 됩니다.

치매가족모임을 이끌다보면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시설에 맡기신 분들은 몸은 편할지 몰라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내가 가족을 버렸다는 심정을 떨쳐버리지 못하세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전문가들이 더 잘 보살펴 드릴 수도 있어요.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면 국가가 다 나섰겠어요.

저희는 작지만 큰 집단입니다. 치매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전문가들이 다 촘촘히 연결돼 있으니까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최상의 답은 대중 속에 있고 우리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더 똑똑한 천재는 없다"라구요. 방안에만 계시지 말고 숨거나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문을 열고 나오세요. 문밖의 세상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팁] 치매 전문가가 전하는 '뇌 건강 지키는 법'
치매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켜내고 싶다면 서울 25개 자치구와 전국 광역센터에서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와 보건소를 적극 활용하자. 치매 진단에서부터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연계와 장기요양기관 이용을 위한 정보제공까지 치매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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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지원센터에서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치매어르신들의 배회장소를 가족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있다


만60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에서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치매지원센터를 방문해 신청이 가능하다.

선별검사에서 정상으로 판정되면 치매예방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1년 후 재검진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인지저하로 의심되면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정밀검사는 임상심리사와 훈련받은 간호사가 진행하는 신경심리 검사(기억력, 집중력, 언어능력, 공간구성능력 등)와 치매전문의사(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가 진행하는 임상평가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진단된다.

선별검진과 정밀검진은 모두 무료이다. 단 원인확진검사는 본인부담이지만 저소득층의 어르신의 경우 검사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해준다. 원인확진검사로는 뇌 자기공명촬영(MRI), 혈액검사, 뇌파검사, 갑상선기능검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약물중독, 우울증, 비타민부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뇌수종에 따른 치매의 경우는 완치가 가능하다.

치매지원센터에서는 진단뿐 아니라 생보재단이 지원하는 경증환자를 위한 기억키움학교나 인지건강센터 등을 통해 다양한 인지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간호서비스, 치매가족모임, 조호물품제공, 배회 어르신 인식표 제공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특별시 광역치매지원센터 사이트(www.seouldementia.or.kr)에 가면 각 자치구별 치매지원센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생보재단 블로그(blog.naver.com/lifefound)는 다발성치매 어르신 돌봄 수기 등 치매환자의 회복과 가족의 변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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