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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필' 밥으로 끼니 해결하는 친구 본 대학생 350명, 공강에 식당 가더니...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7>서울 양천구 소셜벤처 '십시일밥'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9/26 08:08 | 조회 50184

최규하씨(한양대 4)는 지난 겨울 페이스북에 그간의 대학생활을 가리켜 ‘건조하고 푸석푸석’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요즘 ‘단비’가 내려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과 설렘으로 매일이 즐겁단다.

‘단비’란 일주일에 단 한 시간,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학교식당에서 봉사하고 취약계층의 학우들에게 식권을 기부하는 ‘십시일밥’(tenspoon.org)이다. 그는 “비록 우리가 하는 일이 작은 나비의 날개 짓에 불과하더라도 언젠가는 세상의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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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봉사자들은 한양대학교에서 39명으로 시작해 1년사이 9개대학 350명으로 늘었다.

◇ 공강 1시간이 바꾼 세상 ... 내 친구의 밥 한 끼를 부탁해

그의 말처럼 ‘작은 날개 짓’이었다. ‘십시일밥’은 지난해 9월 한양대학교에서 39명의 봉사자로 시작했다.

십시일밥을 창업한 이호영 대표(25)는 학교식당에서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친구를 눈여겨봤다. 아무리 라면을 좋아한다지만 매일같이 먹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다른 친구는 매일 다른 친구와 짝을 이뤄온다. 그는 함께 온 친구가 먼저 식사를 하고 난 뒤 리필을 받아 끼니를 해결한다. 그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었다. 학교라는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지만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지난해 2월, 이 대표한테 불현듯 좋은 해결방법이 떠올랐다. 수업시간표를 짜다보면 공강 시간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를 활용하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아도 봉사가 가능하다. 소수의 사람에게서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의 짧은 시간을 빌리는 것이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봉사 장소는 학생식당, 기부금은 식권으로 정했다.

십시일밥은 세상을 바꾸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일반 아이디어부문 대상인 고용노동부장관상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애즈원(AS ONE, 하나로 되어)상을 받았다. 이어 올해에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의 ‘육성창업팀’에 선정돼 양천구에 사무실을 두고 함께일하는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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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25) 십시일밥 대표

◇ 궁극적 목표는 캠퍼스 안의 빈부격차 해소

십시일밥의 목표는 단지 식권을 기부함으로써 친구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에 있지 않다. 캠퍼스안의 빈부격차 해소가 궁극적 목표다.

이 대표는 “취약계층 학생들은 남들이 스팩을 쌓고 학원을 다닐 시간에 식비를 벌기 위해 한 달에 10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된다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보다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의 뜻의 동참하는 대학생들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불과 1년 사이에 서울의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해 경기도 가천대, 경북대 등 전국 9개 대학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봉사자수는 350명(누적인원 712명), 식당수도 20개로 늘었다. 그 동안 이들이 나눠준 식권 수는 7000여 장(약 40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연말까지 만여 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숭실대와 단국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단독으로 '십시일밥'이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굳이 우리 단체에 들어올 필요는 없다”면서 “십시일밥이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퍼져나가길 바라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모두 공개하고 심지어 개발비도 지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스팩쌓기와 경쟁밖에 모른다는 기성세대들의 우려가 있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봉사의 장만 열려있다면 적극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 지속가능의 열쇠는 공생

십시일밥이 빠르게 성장하는 비결은 서로 윈윈하는 공생전략이다. 학생식당은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 사이가 제일 붐빈다. 학교 안 밖으로 식당이 여럿 있다 보니 서로 경쟁도 치열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시간만을 위해 사람을 채용하기엔 부담스럽다. 이 문제를 십시일밥이 해결해주었다. 더 매력적인 건 바로 시급으로 지출한 인건비가 식권으로 되돌아와 수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다. 다른 기부가 부의 이전이라면 십시일밥은 부를 창출한다.

식당은 십시일밥의 봉사활동으로 얻어지는 수익의 일부를 나눈다. 학생들이 봉사가 끝나면 무조건 1끼를 식당에서 먹고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서 십시일밥은 운영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봉사자들의 식대 비를 절약하게 됐다.

십시일밥의 운영비는 초기 멤버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300여만 원으로 봉사자들의 상해보험가입과 현수막제작 그리고 작업복 등을 구입하는 데에 썼다. 그 후 소셜벤처대회 수상과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지금까지 총 4000여만 원의 추가 자금이 생겼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자금을 유보금 형태로 쌓아두거나 이미 개인 돈에서 충당한 운영비 상환에 쓰지 않고 지원금이 바닥날 때까지 100% 취약계층을 돕는 데에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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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봉사자들은 식권판매부터 배식,잔반처리,설거지등을 하며 업무분야에 따라 시급 최고 7000원을 받는다.

이 대표는 “ 우리의 미션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취약계층을 돕는 것"이라며 "최대한 돕고 정말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수익금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내 운영비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십시일밥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부모금액과 지출 내역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이런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는 데는 이 대학 경영학과 예종석 교수의 도움이 컸다.

이 대표는 아름다운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예 교수를 찾아가 멘토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예 교수는 흔쾌히 제자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매주 컨설팅을 해주었고 지금까지 대학생 비영리 단체 ‘십시일밥’의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배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 식권은 등기우편으로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

십시일밥의 매력에 대해 봉사자들은 “내가 흘린 땀이 바로 내 곁의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봉사활동으로 모아진 식권은 두 달마다 등기우편으로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1회에 5만 원(학기 당 10만 원)상당의 식권으로 그동안 512명이 혜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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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은 등기우편으로 배달돼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되며 증빙서류가 미비해도 꼭 받아야할 사연만 보내도 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매 학기마다 선정된다. 재학증명서랑 기초수급가구 확인증 또는 국가장학금신청확인증을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 증명서가 없어도 이메일로 식권이 필요한 이유만 써내도 심사 대상이 된다. 이 대표는“실제로 형편이 어렵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며 “전체 지출가운데 10%는 이들을 위해 쓴다”고 밝혔다.

◇ 나비효과 ... 공동체가 아름다워졌다

낮 12시가 되자 봉사자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식을 하고 식권을 나눠주고 잔반 처리에서부터 설거지까지 모두 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설거지를 하던 서지윤씨(경영학과 2)는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 큰 부담이 없고 남을 위한 섬김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했다. 잔반을 처리하고 있던 최소라 씨(경영학과 4)는 “대학생들이 겪는 생활고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십시일밥은 봉사자들의 시선을 자신만의 세계에서 주변으로 확장시켰다. 힘들게 일하는 식당아주머니의 삶을 들여다 보았고 그 분들과 눈을 맞추며 가까워졌다. 생일이면 서로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축하를 해주고 직장을 떠나시는 분들과는 아쉬움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십시일밥은 ‘십시1권’이라는 도서기부 캠페인에 영감을 주었다. 대학가에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책기금’ 모금 캠페인이다. 이 대표는 “처음엔 단순히 기부만을 생각했는데 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며 “공동체가 아름다워지는 효과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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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00개 대학에 십시일밥이 생겨나면 연간 약 100만장의 식권(35억원)을 기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십시일밥 운영진이 페이스북에 올린 어느 수혜학생의 글이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십시일밥 식권을 사용해 먹으면서 진짜 학식(학교식당)이 이렇게 맛있고 감사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습니다.”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 300여개 대학에 십시일밥이 자리 잡으면 연간 100만장(35억 원)의 식권은 거뜬히 모을 수 있다고 한다.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팁]‘십시1권’ 캠페인이란?

십시일반이란 열사람이 한술씩 보태면 한 사람의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이다. 십시일밥도 여기서 유래했다. 십시일밥의 성공은 이 대학 도서관의 ‘후배사랑 십시1권’ 캠페인으로 그 정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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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도서관의 '후배사랑 십시1권' 캠페인 중 ‘기념일 도서 기부코너’


첫 번째 유형은 기념일 도서 기부다. 10만원을 기부하면 기부자가 지정한 도서 한권에다 ‘누가 언제, 어떤 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부한 것이지’가 기록된 북 스티커를 부착해 진열하고 기부자에게는 도서 기부증서를 수여한다.

두 번째는 사이버문고 개설이다. 500만 원 이상 기부하면 기부자 명의(개인, 단체 모두 가능)로 사이버 문고를 개설해준다.

세 번째는 도서관에 비치된 모금함을 통한 기부다. 금액과 상관없이 누구나 기부할 수 있다. 십시일밥에 이은 십시1권, 그 다음 타자는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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