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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조성진이 아니래도

이경숙 기자| | 10/28 07:59 | 조회 4778

동영상 속 소년 피아니스트의 양 손가락은 팽이처럼 건반 위를 돌았다. 연주곡은 쇼팽. 혹시 쇼팽 콩쿠르 1위 입상으로 화제를 모은 조성진처럼 클 수 있을까? 어쩌면 유튜브 스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니, 나의 지인인 아이 아버지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냥 아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사회’는 한국이 아니다. 미국이다.

저출산 시대,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는 한국 아이들이 있다. 평균과 조금 다른 아이들, 장애아동들이다. 한국의 일반학교엔 다니기 어렵다. 아이의 장애가 경미하더라도 교육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일반학교에선 특수학교 입학을 권한다. 특수학교에 가면 다른 장애아동들과만 지내게 된다. 일반사회로 통합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일을 겪은 부모들은 좌절한다. 자기 아이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주는 나라로 떠나길 꿈 꾸게 된다.

재활공학 박사이자 사회적기업가인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는 캐나다, 호주 같은 복지국가는 물론 복지국가가 아닌 미국조차 장애인의 학습, 직업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무상 지원한다고 말한다. 정부 예산으로 공적 급여를 받고 지낼 장애아동들을 학습 지원을 통해 납세자 즉 경제주체로 키울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선 지출이라기 보다는 투자다.

이건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투자이기도 하다. 미국이 1980년대에 특수교육 관련법을 제정해 장애아동 교육을 거의 무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후, 음성으로 전등을 켜는 장치부터 전동차까지 다양한 보조기구를 만드는 작은 기업들이 늘었다. 이 업체들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인근 시장에 진출해 규모를 키웠다.

국내에선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정보통신 보조기구의 구매와 개발을 지원하는 예산이 있다. 올해 구매에 31억4500만 원, 개발에 2억7000만 원을 배정했다. 담당자는 내년에도 예산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두 부문 다 늘려야 한다고 했다. 수혜이력, 장애등급, 경제적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수혜자를 선정해 매년 4000대 정도 구매비용의 50~80%를 지원하는데, 예산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복지 사각지대로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들어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한 사례다. 이 재단은 지난해엔 23종 64개, 올해엔 19종 61개 보조기구를 지원했다. 수는 적지만 한 사람한테는 인생을 바꿀 기회다. 일본어를 잘하지만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고 대입을 포기했던 열아홉살 영수씨는 요즘 다시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힘스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최첨단 점자단말기 ‘한소네U2’를 지원 받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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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조성진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자강기업의 지원을 받아 부모의 ‘헌신’ 없이 자신의 재능을 살렸다. 이런 지원은 투자다. 조성진 같은 영재가 아니어도 한 아이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 경제주체로 키운다. 매출 150억 원대 힘스인터내셔널, 50억 원대 이지무브 같이 작지만 강한 기업도 키울 수 있다. 성장 기회는 한국에 사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더는 떠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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