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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위해 세탁기" 소원에 집까지 바꿔준 '드림풀' 산타들

[쿨머니, 이웃집 산타] 15만 소액기부자와 드림풀이 일으킨 소원편지의 기적

정혜선 쿨머니에디터|기자|, 이경숙 쿨머니에디터|기자| | 12/05 09:00 | 조회 1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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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혁 군이 지난해 받은 선물, 세탁기와 집. /사진제공=부스러기사랑나눔회


집에 세탁기가 없어 언 손으로 손빨래하는 엄마를 위해 세탁기를 달라 소원을 빈 소년이 있었다. 네 식구가 사는 그의 집은 단칸방. 세탁기를 들여놓을 공간조차 없었다. 그런데 소원을 들은 어떤 이들이 산타처럼 그의 소원을 이뤄줬다. 대체 누가, 어떻게 한 걸까?

소원을 편지로 썼더니 정말 이뤄졌다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이야기의 주인공 승혁(가명, 18) 군을 수소문해 충북 청주 흥덕구로 찾아갔다.

◇ '세탁기의 기적' 일으킨 15만8000명의 얼굴 없는 산타들


그가 초등학교부터 다녔다는 청주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그를 기다렸다. 11월 늦가을의 세찬 비를 뚫고 180cm에 가까운 큰 키의 남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승혁 군이었다. 검은색 뿔테를 낀 그는 앳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여느 고등학생과 다름없이 밝은 얼굴이었다.

“소원편지 이야기는 이 아동센터에서 처음 들었어요. 저희 센터에서만 10명 넘게 소원편지를 써서 제가 이뤄질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승혁 군은 부모, 한 살 터울의 형 등 네 식구가 함께 사는 집으로 안내했다. 빨간 벽돌로 지은 평범한 다세대 주택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래된 세간 사이에서 드럼세탁기가 유독 눈에 띄게 반짝거렸다. 이 세탁기를 놓느라 그의 가족은 지난해 연말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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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꿈 꾸는 승혁 군의 방은 다양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산타'는 어머니를 위해 세탁기를 놓아드리고 싶다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집을 옮겨줬다. 덕분에 그와 형한텐 10년만에 처음 방이 생겼다. 이제 그는 다른 이를 위해 자신도 좋은 일을 하고 살겠다는 꿈을 하나 더 품게 됐다./사진제공=부스러기사랑나눔회
'세탁기의 기적'이 일어난 과정도 한 편의 동화 같다. 승혁 군이 처음 적었던 소원은 '미술도구'였다. 디자인 관련 학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질 좋은 미술용품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그런데 세탁기가 없어 겨울에도 찬 물에 손빨래를 하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는 쓰던 편지를 지우고 다시 썼다. 그 편지 덕분에 이사까지 가고 자기 방도 생기게 되리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우리 집에는 세탁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힘들게 빨래를 하고 계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도와드리려 했지만 허리가 너무 아프고 겨울에는 손이 아플 정도로 시립니다. 사실 미술도구를 갖고 싶지만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세탁기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녁에 엄마 손을 보면 습진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가난한지라 세탁기를 사지 못해 더욱 슬픕니다. 저의 엄마가 웃음을 머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길 간절히 원합니다.(승혁 군의 소원편지 중)"

원래 살던 집은 네 식구가 겨우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과 작은 세면실, 입구를 고쳐 만든 부엌이 있는 구조였다.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없었다. 소원편지를 이뤄주기로 한 ‘산타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일으켰다. 세탁기를 놓을 수 있도록 방 2개, 거실, 화장실이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할 보증금을 지원한 것이다.

이후 가족의 일상이 달라졌다. 엄마는 더이상 추운 겨울에 꽁꽁 언 손으로 손빨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승혁 군과 형은 10여 년 만에 형제의 방을 갖게 됐다. 연신 수줍게 웃는 승혁 군에게 선물을 보내준 이들을 직접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제 소원을 들어준 분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른이 되면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덕분에 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의 '소원을 들어준 분'은 한 명이 아니었다. 수십 명이었다. 그들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운영하는 기부사이트 드림풀(www.dreamfull.or.kr)을 통해 그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1만 원, 2만 원씩 소액을 기부했다. 드림풀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소액기부자들과 같은 금액을 추가로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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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한국타이어가 운영하는 기부 사이트 '드림풀'은 빈곤한 환경의 아이들과 가정을 지원한다. 한국타이어 임직원들이 빈곤가정을 위한 추석선물을 포장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타이어.


◇ 도움 받은 가족이 다른 가족 돕기도…복지 사각지대 속 빈곤아동 65만 명

2009년 기부사이트 드림풀이 열린 이후 지난 11월까지 기부에 참여한 사람 수는 총 15만8000명, 기부금은 28억 원에 이렀다. 큰 돈이 모였지만 평균 기부금은 적다. 1건 당 1만7000원이다. 이 사이트 이용자가 대부분 소액기부자라는 뜻이다. 소액의 힘은 컸다. 전국의 3만4000여 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았다.

지원받았던 이가 다른 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밀린 병원비 때문에 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던 은정 양(가명, 당시 15세)의 아버지 김 모 씨는 지난해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긴급 지원을 받았다. 장례를 치른 후 뒤늦게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딸이 가입한 보험금을 받은 아버지는 900여만 원을 다시 기부했다. 이 돈으로 희귀병,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동 2명이 지원을 받았다.

드림풀은 빈곤아동 전문 기부사이트다. 빈곤 아동 문제는 노인, 다문화 등과 함께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빈곤아동 10명 중 6명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빈곤아동 102만7833명 중 기초생활보장이나 차상위 지원을 받는 아동수는 37만6485명 즉 36.6%이었다. 63.4%에 이르는 65만1348명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빈곤아동의 3명 중 2명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정부의 복지 예산은 제한된 상황에서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우리 이웃의 작은 관심과 손길이다. 한국타이어에서 사회공헌을 맡은 CSR팀의 양윤모 과장은 “누구든지 편하게 와서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드림풀이 시작됐다”며 “기부가 번거롭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드림풀이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도 드림풀은 아이들의 소원을 함께 들어줄 작은 산타들을 찾고 있다. 아이들의 소원편지를 읽고 1000원이라도 기부하면 그와 같은 금액을 한국타이어가 기부해 2배의 돈이 아이들 소원을 이뤄주는 데에 쓰인다. 내년 1월 10일까지다. 이벤트 제목은 ‘임금님, 소원을 부탁해요’.

박재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온라인모금팀장은 “지난 2년간 빈곤환경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자신이 땀흘려 번 임금을 아이들을 위해 나누어주었던 덕분”이라며 “소중한 임금을 나준 후원자들이 아이들에게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임금님 같다는 뜻으로 매칭기부이벤트의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소원편지의 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빈곤 속에서 포기와 좌절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소원성취라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경이는 허리띠가 없어 넥타이로 허리를 묶고 다니는 아빠한테 허리띠를 선물하고 싶다고 썼다. 중학교 3학년 민영이는 청소 일을 하면서 자식을 키우신 할머니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이 보면서 염색약과 화장품을 선물하고 싶다고 썼다.

이 소원들은 지난해 승혁이 등 다른 28명의 아이들 것과 함께 '성취'됐다. 그러나 드림풀엔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소망들, 작은 산타를 기다리는 소원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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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빈곤아동 10명 중 6명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들어가 있다. /사진제공=부스러기사랑나눔회



빈곤아동 소원 보니 “장래희망 이루게, 가족여행 가게 도와주세요” 44%

44%최근 2년간 접수된 1232통의 소원편지에 담긴 소원은 엄청난 것이 아니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족여행, 한 장도 없는 가족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 손녀를 키우느라 늙어버린 할머니를 젊어지게 할 화장품 등 평범한 집에선 일상일 법한 소소한 것들이었다.

내용 심사를 거쳐 2014년엔 93통, 2015년엔 84통의 편지가 채택됐다. 이중 137가지 소원은 2명 이상이 원했던 것이었다. 가장 많은 아이들이 쓴 소원은 자신이 꿈꾸는 직업, 진로를 이루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23.4%(32명)의 아이들이 악기나 미술도구 등 진학에 필요한 용품, 특정대학의 조리학과 견학 같은 직업 체험을 원했다.

두 번째로 많은 소원은 ‘가족여행’(21.2%, 29명)이었다.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제주도’(20.7%, 6명)였다. 아동·청소년답게 놀이동산(13.8%, 4명)에 가고 싶다는 소원도 많았다. 엄마의 고향인 우주베키스탄에 가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소원편지엔 유독 ‘가족’과 관련된 사연이 많았다. 아이들은 가족의 건강(6.6%, 9명)과 화목한 가정(1.5%, 2명)을 바라고 있었다.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소원(5.1%, 7명)을 쓴 한 아이는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라고 이유를 썼다.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매일 보는 것’이라는 소원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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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한국타이어가 함께하는 드림풀 ‘2015 드림 투게더, 드림2배더’ 매칭그랜트 캠페인이 오는 11월 23일부터 7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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