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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연말정산, 가난한 마음

이경숙 기자| | 12/14 07:50 | 조회 4730

아침 7시에 일하러 나가 자정에나 들어오는 엄마 대신 남동생을 돌보고 있다는 윤경이(가명)는 초등학교 6학년, 13살이었다. 집에 세탁기가 없어 겨울에도 찬 물에 손빨래하는 엄마를 돕고 싶었지만 직접 해보니 손이 아플 정도로 시리고 허리가 아팠다던 승혁이(가명)는 고등학교 1학년, 17세였다.

아이들 나이를 다시 셈해봤다. 2002년생, 1998년생쯤일까. 하지만 이 아이들의 겪고 있는 빈곤의 모습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시대와 다르지 않았다. 이 아이들을 취재해달라고 사례를 제보한 기부사이트 드림풀로 가서 다른 사례들도 더 봤다.

거기엔 허리띠가 없어 넥타이로 바지허리를 묶고 다니는 아빠를 위해 허리띠를 선물하고 싶다고 ‘소원편지’를 써 보낸 초등학교 3학년 아이 얘기가 있었다. 떠나버린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할머니한테 떼쓰던 중학교 3학년 아이는 어느 날, 청소일하며 자식들을 키우다 할머니 머리가 하얗게 센 걸 깨닫고는 좋은 화장품과 염색약을 받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8일 발표한 2015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아동의 상대적 빈곤율은 7.7%다. 지난해보다 0.7%포인트 줄었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소득 즉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 소득의 절반(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을 뜻한다.

이런 수치로는 가난을 겪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빈곤아동은 102만7833명이었다. 이중 63.4%에 이르는 65만1348명이 기초생활보장 등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 아이들은 누가 돌봐야 할까.

아이들을 버리지 않은 가족들을 그려봤다. 13살 윤경이 어머니는 아마 30대 후반, 40대 초반 아직은 젊음이 남아 있는 여성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자정까지 일하면서 홀로 남매를 키우면서 다른 마음 들 때가 없었을까. 열 살 자경이 아버지도 아마 중년의 나이일 것이다. 부인 없이 혼자 아이들을 건사한다는 그가 치수 큰 바지를 넥타이로 동여매고 일터로 나가는 모습이 어린 자경이의 눈에도 고마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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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문득 고마워졌다. 이들이 아이들을 버렸다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몫은 커졌을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버려지는 슬픔, 가난한 삶에 대한 분노 대신 가족에 대한 사랑, 고마운 사람한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을 심어준 것도 존경스러워졌다. 드림풀에 가서 사연을 읽다가 모바일로, 웹사이트로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한 푼, 두 푼 기부했다.

지난해 연말정산 하면서 기부금 낸 곳이 없어 어쩐지 부끄러웠던 독자에게 가난한 마음을 정산할 수 있는 꿀팁 두 가지를 소개한다. 작은 돈도 기부할 수 있다. 드림풀(www.dreamfull.or.kr)에선 1000원의 기부금도 받는다.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 굿윌(goodwillkorea.com) 등 중고품 판매로 이웃을 돕는 지정기부금 단체에 안 쓰는 물건을 기증하면 기부금 영수증을 떼어준다. 기부하면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든다. 법정기부금과 지정지부금을 합해 3000만 원 이하는 15%, 초과 금액은 25%가 세액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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