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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소원인 아이들

[쿨머니칼럼] 가정이 붕괴되기 전에 사회와 이웃이 지켜줘야 하는 이유

박재희 박재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온라인모금팀장| | 01/04 16:00 | 조회 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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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윤경이는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원편지를 보내 이뤄졌다./사진제공=부스러기사랑나눔회
“아빠는 힘들게 일하시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십니다. 엄마는 두 음식점에서 일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본 적이 없습니다.”

8살 민주(가명)가 보낸 편지다. ‘소원편지’는 국내 빈곤환경 아동청소년을 후원하는 우리 기관이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우리는 우리 기부자들이 이뤄줄 수 있는 소원이 적혀 있는 편지를 선정해 아이들의 소원 성취를 돕는다. 민주 역시 소원편지를 통해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고 싶단 소원을 이뤘다.

그런데 이 사업을 진행하다가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소원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2년간 1차 심사를 통과한 137통의 편지를 분석해보니 가족여행(21%)을 비롯해 가족건강, 가족선물, 가족사진 등 가족과 관련된 소원이 30%가 넘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올해 발표한 ‘2015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에는 ‘부모와의 행복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의 관계는 가정형편보다 아이들의 행복에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가정형편이 좋고 부모와의 관계가 나쁜 학생(0.8점/1점 만점)보다 가정형편이 안 좋아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학생(0.82점)이 더 행복했다. 2014년 연구에서도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의 43.6%가 ‘화목한 가정’이라고 대답했다.

이 통계를 보니 소원편지에 가족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긴 것이 이해됐다. 작년과 올해 소원편지 사업을 통해 총 40명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는데, 그 중 22명이 가족과 관련된 소원을 편지에 적었다.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와의 가족여행, 이혼 준비 중인 엄마·아빠와의 가족사진, 나를 키우시느라 늙어버린 할머니를 위한 화장품 선물 등 아이들 편지엔 가족을 향한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경제적인 빈곤은 가족 관계의 빈곤과 밀접하다. 2014년 통계를 보면 우리 기관에서 결연후원하는 아동청소년 393명 중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비율은 56%에 달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편부·편모 가정에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하고 소통이 어려운 조부모와의 관계 또한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존재가 그리워진다.

얼마 전 우리는 우리가 들어줄 수 없는 소원을 읽으며 모두 함께 안타까워했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은혜의 편지였다. “나의 소원은 아빠를 찾는 것입니다. 나는 아빠를 7살 때부터 보지 못했습니다.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는 말이 있으니 적어보기라도 합니다. 우리 아빠는 행방불명이 되었고, 엄마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렇게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가족 관계의 빈곤까지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가정이 무너진 다음에야 아이들이 복지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지켜줄 수 있는 복지제도다. 가난한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음이 더 슬픈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이 되어줄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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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온라인모금팀장.
새해에도 우리는 소원편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기부사이트 드림풀(www.dreamfull.or.kr)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기금마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빈곤환경에 있는 아이들일지라도,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놀이공원에 함께 가는 것 같은 작은 일로도 아이들은 웃을 수 있다. 이것 자체가 어떤 아이들에겐 기적이다. 우리 이웃,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의 씨앗이다. 아이들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눔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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