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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모아 태양광발전소 기부 '에너지히어로'

[쿨머니, 이웃집 산타]<3>에너지낭비 줄여 이웃 돕는 소셜벤처 루트에너지와 무료병원 요셉의원 이야기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1/16 08:51 | 조회 6965

가난한 이웃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서울시 영등포구 요셉의원은 지난해 성탄절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5kw급 태양광발전소.' 덕분에 요셉의원은 앞으로 25년간 매년 300만 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매년 100여명의 환자를 더 돌볼 수 있는 비용이다. 이렇게 스케일 큰 선물을 한 이들은 누굴까? 특별한 선물을 기획한 소셜벤처를 찾아 서울 북창동의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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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옥상에 설치된 5kw급 태양광발전소이다. 요셉의원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그동안 후원금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400명 학생·시민, 에너지절약 인증사진 1장으로 기부 참여

'에너지 히어로'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광발전소를 기증한 소셜벤처는 (주)루트에너지다. 이 회사 윤태환 대표(33)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통 큰 선물을 보낸 '산타'는 400명의 평범한 학생, 시민이었다. 이들이 한 일은 그리 복잡하지도 힘든 일도 아니었다. 단지 쓰지 않는 전기코드를 뽑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모습 등 에너지절약 장면을 담은 인증사진을 ‘에너지히어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거나 공유했을 뿐이었다.

‘에너지 히어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활동만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이다. 사진 1장마다 1WP(와트포인트)가 기부된다. 이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에너지 빈곤층이나 비영리 사회복지 기관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는 데에 기부된다.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동안 400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요셉의원을 돕기 위한 캠페인에 동참했고 모두 2800장의 사진이 모였다. 목표량인 3000WP가 달성되자 후원금을 약속한 개인들의 모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야기’와 ㈜소셜노트가 10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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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히어로'사용 설명서

◇ "낭비되는 에너지 줄여 빈곤과 기후문제 동시해결하자"

윤 대표는 에너지 환경 컨설팅 전문가이다. 덴마크 공과대학(DTU)에서 신·재생에너지 공학을 공부했고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청정에너지 개발팀 연구원으로 에너지 환경 분야 개발에 집중했다.

윤 대표는 “전 세계 부유층 10억 명은 빈곤층 20억 명에 비해 에너지를 6배 가량 더 사용하고 있고 그 중 60%는 필요량이 아닌 낭비되는 에너지”라며 “부유층이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던 에너지를 빈곤층에게 나눈다면 빈곤과 기후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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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환 루트에너지대표가 에너지절약인증사진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에너지히어로' 서비스에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체인지랩스(Change Labs)에서 실시한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21가지 행동변화’란 실험결과를 보고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기부로 이어질 때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행동이 기부와 연결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절약 기간은 4배, 절약 횟수는 2배, 절약 성과는 무려 8배나 차이가 났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행동(ACT)과 기부(Donation)을 결합한 행동기부(Actonation)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에너지히어로가 제안하는 에너지 절약 권장 방법은 이른바 ‘8자 활동’이다. ‘걷자· 끄자· 입자· 뽑자· 타자· 들자·쓰자· 닦자.' 이 8가지 행동을 하면 기부가 이뤄진다.

◇산골마을 주민들 전기요금도 줄이고 이웃도 돕고

루트에너지는 요셉의원에 앞서 지난해 여름 ㈜코리아세븐의 후원으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산골마을 21가구에 10kw의 태양광발전소를 기부했다. 600여명의 시민과 초·중·고 대학생들이 참여해 3000장의 인증사진을 앱에 올려 공유한 결과다. 산골마을은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이 90%인데다 냉난방 시설이 취약해 주민 상당수가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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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소를 기부받은 산골마을 21가구 주민들은 절약된 전기요금의 일부를 적립해 다른 이웃들과 나누며 공동체 살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산골마을의 장양훈 대표(58)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로 월 7만원을 내던 전기요금이 4만원 이하로 줄었다”며 “보름 동안 집을 비웠을 때는 1900원만 나온 적도 있다”라고 뿌듯해했다. 다른 주민들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덕분에 누진세를 적용받지 않게 돼 평균적으로 30~40% 이상의 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요즘 산골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집집마다 안 쓰는 코드 뽑기, 냉장고 문 적게 열기 등 에너지 절약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 월 5000원씩 기금을 모아 볕이 제대로 들지 않아 태양광 혜택을 누릴 수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을 위해 LED등을 교체해주거나 방풍장치 등을 지원해주며 온기를 나누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올해 탈북자들의 자립을 돕는 여명학교와 유기견 보호센터·개미마을·그룹홈 등 5개 기관에 태양광발전소를 기부할 계획이다. 기금은 지난해 12월 구글코리아가 마련한 7000만 원 규모의 자선펀드이다. 루트에너지는 이 나눔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태양광발전소를 지원받은 기관으로부터 매달 절약된 전기요금의 50%를 적립금으로 받아 모으기로 했다. 이렇게 불어나는 적립금은 또 다른 기관에 태양광발전소를 계속 기부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된다.

◇유휴옥상 태양광 투자 '퍼즐' 15억 원 모아

루트에너지가 내걸고 있는 사회적 미션은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청정에너지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히어로를 잇는 두 번째 프로젝트로 태양광을 공유하는 P2P 에너지 공유서비스인 ‘퍼즐’을 선보였다. 퍼즐을 이용하면 그늘이 지거나 자주 이사를 다녀야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태양광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숙박공유서비스로 유명한 에어비엔비(Airbnb)처럼 ‘호스트’가 사용하지 않는 옥상을 퍼즐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퍼즐은 그 건물에 가장 적합한 규모의 태양광을 무료로 설치해준다. 이후 태양광으로 절감된 요금 중 20%는 장소를 빌려준 대가로 호스트가 갖고 나머지 80%는 태양광이용권을 구매한 ‘퍼즐러’들에게 분배된다. 퍼즐러들의 최소 이용권 구매단위는 대략 10만원이며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된다. 루트에너지는 사전에 절감된 요금의 10%를 수수료로 받고 태양광 설비에 대한 유지와 보수를 책임진다. 호스트가 이사를 가거나 지역이 재개발되면 설비를 무료로 회수해간다.

이 같은 조건으로 호스트와 퍼즐러를 모집한 결과 불과 2달여 만에 전국에서 유휴 옥상 52곳이 등록을 마쳤고 이용권을 구매하겠다고 약정서에 서명한 인원은 115명, 투자금은 15억 원에 이른다.

윤 대표는 “태양엔 주인이 없으므로 누구나 장소와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이웃과 협력적으로 태양에너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이런 변화는 인류에 닥친 기후변화 문제와 공동체성을 회복해 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태양광뿐이지만 풍력·가정용 배터리 등으로 그 적용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히어로는 현재 소셜벤처 ‘바이맘’의 후원을 받아 위안부할머니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난방텐트를 지원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난방텐트는 실내 온도를 4도 이상 올려주어 에너지절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따뜻한 온도 유지로 할머니들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 절약의 모습을 담은 1장의 사진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이웃에게 사랑을 건넨다.

[팁] 가난한 환자들의 천국 요셉의원을 아세요?
서울의 영등포역 뒤편 쪽방촌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요셉의원은 고(故) 선우경식 박사가 ‘세상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위해 세운 무료병원이다. 그동안 요셉의원을 거쳐 간 환자는 6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 노숙자, 알콜의존증 환자 그리고 건강보험증조차 없는 최극빈층 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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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원 설립자인 고 선우경식원장은 '노숙자의 아버지' '쪽방촌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가난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처음 의학을 공부하며 사람을 살리는데 이용하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밤늦게 퇴근하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치료하고 나면 한 사람을 더 살렸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개원20주년을 맞아 지인들에게 보냈던 고 선우경식원장의 글이다. 지난 2008년 ‘쪽방촌의 슈바이처’라 불렸던 고 선우경식 원장이 타계하자 많은 사람들은 요셉의원의 앞날을 걱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600여명의 봉사자와 80여명의 의료진들이 오늘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무려 28년째다.

고 선우경식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09년부터 여의도성모병원 감염내과 과장을 지낸 신완식 박사(63)가 의무원장을 맡고 있다. 신 원장을 비롯해 외과·안과·치과·산부인과 등 20여개 과의 전문 의료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기꺼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진료는 오후1시부터 9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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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내과분야의 권위자인 신완식의무원장은 80여명의 전문의료진들과 함께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요셉의원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100명에 이르지만 진료비는 전액무료다. 정부의 보조금 없이 오롯이 100% 민간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늘 살림이 팍팍하다.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은 누적인원 7800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이다. 이 가운데 4000여명은 3년 이상 꾸준히 후원을 해주는 고마운 이웃이다.

요셉의원은 수술이나 정밀 검사가 필요한 위중한 환자들이 찾아오면 ‘사회안전망병원’이란 이름으로 MOU를 맺은 비영리병원 5곳과 서울시립병원 5곳으로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250여명의 환자가 혜택을 입었다. 이밖에 매주 목요일이면 한끼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알콜의존증환자와 노숙인 재활을 돕기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가난한)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고 선우경식 원장의 유훈(遺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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