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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한파보다 강한 변화의 징후

[우리가 보는 세상]파리협정 이후 세대

이경숙 기자| | 01/25 07:54 | 조회 3115

“고요한 대기, 맑고 푸르며 구름 없는 하늘, 가혹하지 않은 범위 내의 극도의 건조함, 파삭파삭하고 서리 내리는 밤을 가진 한국의 겨울은 비할 바 없이 훌륭하다. 9월 중반부터 6월말까지는 더위도 추위도 경계할 만큼 심하지 않다. 서울의 여름 평균 기온은 24도 가량이며 겨울은 0도 가량이다.”

1894년 겨울부터 11개월 동안 한국을 답사했던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묘사한 서울의 겨울 기후는 그 시대에 살아본 적조차 없는, 북극 같은 한파 속의 후손한테 노스탤지어를 일으킨다. 비숍도, 우리 조상도 122년 후 서울이 영하 18도와 영상 33도를 오가는 기후가 될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시절엔 기후변화의 징후가 없었으니까.

북극한파가 내려왔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을 동서로 둘러쌌던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졌단다. 냉기가 구불구불 남쪽으로 내려와 한반도와 중국 북부, 미국, 유럽을 덮쳤다. 미국에 겨울벚꽃을 피울 정도 따뜻한 겨울을 불렀던 이상기후는 순식간에 바다까지 얼리는 혹한으로 변신했다. 온난화의 두 얼굴이다.

23일까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최대 위험요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매년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표되는 세계위험보고서는 전 세계학자, 최고경영자, 정치지도자 등 750명을 조사해 작성된다. 올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대량살상무기 확산, 물 부족, 대규모 강제이주, 심각한 에너지 쇼크, 테러공격 같은 위험요인들과 연관되면서 중대하고 예측불가능한 충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인류가 기온 상승폭을 잡는 데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0년대엔 아프리카에서 고릴라와 코끼리가 멸종되고 몰디브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오르면 2060년엔 공기 중 질소 수준이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많은 인구가 기후난민이 된다. 적도 부근 국가들은 이미 파산하거나 파산 상태가 된다. 이때 아예 사라지는 국가도 나타나서 세계지도가 바뀌게 된다. 이 혼돈의 와중에 운 좋은 몇몇은 화성으로 이주할 것이다. 남은 우리 후손들은 화성보다 살기 힘든 지구에 남게 될 것이다.

이제 이런 얘긴 초등학생도 안다고? 그런데 왜 그동안 우린 온난화의 추세를 막지 못했을까. 부족했던 건 지식이 아니라 의지다. 탄소 감축을 의무가 아니라 기회로 만드는 법, 기후문제를 해소하는 행위에 인센티브를 주는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건 정치다. 지리학자이자 생리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말했듯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더 큰 정치적 의지’다.

희망의 징후는 있다. 첫 번째는 국제정치적 징후다. 지난해 12월엔 지구의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파리기후협정에 전 세계 195개국이 합의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이미 1도 가량 올랐다. 앞으로 2100년까지 상승폭을 0.5도로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에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이 찬성했다는 건 에너지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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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두 번째는 발상이 남다른 세대의 등장이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 몇몇이 중고책을 판 돈으로 가난한 독거노인들한테 난방텐트를 사서 전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하도록 도운 건 부산의 예비 사회적기업 바이맘이었다. 청소년들이 에너지절약행위를 담은 인증샷을 모아 어른들이 빈곤층 무료진료소 요셉의원에 태양광발전소를 기부하도록 도운 건 서울의 소셜벤처 루트에너지였다. 이들이 파리협정 이후 경제, 사회를 이끌게 해야 한다. 이런 행위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체제가 정치적으로 옳다. 우리가 옳은 체제에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우리 후손들이 우리의 시대를 그리워하며 노스탤지어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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