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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에 미역국 대신 돼지족발...남다른 서비스에 복지 결합하니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10>다문화여성과 가족 지원하는 수원 예비 사회적기업 다누리맘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3/12 08:40 | 조회 20554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 응오티프엉탄 씨는 쌍둥이 엄마다. 그는 지난해 6월 출산 직후 베트남 출신 산후 관리사 여선영 씨로부터 방문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았다.

“ 고향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죠. 같이 대화하며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는 미역국 대신 고향에서처럼 푹 삶은 돼지 족발 국물에 후추를 잔뜩 넣은 보양식을 먹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먹어야 산모의 배가 따뜻해지고 원기가 빨리 회복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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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여 선영 관리사와 응우엔티늉 산모

◇ 다문화여성 특색 살려 40명 일자리 창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지 10년 된 여 씨(29)는 ‘다누리맘’의 직원이다. 다누리맘(www.danurimom.or.kr)은 ‘다문화 가족 모두가 누린다’라는 뜻을 담은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다문화여성을 산후 관리사로 양성해 같은 국적의 산모와 1대 1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누리맘은 산모의 출산 예정일, 출신 국가, 한국어 실력 수준, 사는 지역에 관한 정보를 받아 이에 가장 적합한 산후 관리사를 연결해준다. 또, 산모와 아기 중심의 여러 서비스를 비롯해 고급 원적외선 치료기· 유축기· 좌욕기· 찜질팩 등 산후조리용품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한만형 다누리맘 대표(30)는 “다문화여성의 모국어 사용 능력과 문화적 특색을 살린 일자리 창출을 통해 다문화여성의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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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른쪽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한 만형(30) 다누리맘 대표다. 직원들과 함께 올해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현재 다누리맘에서는 88%에 해당하는 4개국(중국·베트남·일본·필리핀)과 캄보디아 등 총 5개국의 다문화 여성 40여 명이 산후 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공식 교육기관에서 60시간 이상의 산후 관리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 인력이다.

다누리맘은 서울과 수도권의 지자체·전문교육기관과 연계해 다문화 산후 관리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100여 명의 관리사들을 추가로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은 본인이 희망할 경우 다누리맘에 채용된다.

일본인 아리아 가요코 씨는 다누리맘에서 가장 오래된 산후 관리사이다. 그는 “20년간 한국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도움만 받고 살았는데 이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관리사들의 기본 급여는 64만 원(10일·신생아 1명)이다. 이들은 서비스 기한이 끝나도 산모들과 끈끈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회적 연결망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말이 서툰 산모들을 위해 보건소에 동행해주고 급한 일이 생기면 기꺼이 달려간다. 산모들은 아기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을 주기적으로 전송해주기도 한다.

베트남 출신 여 씨는 “처음엔 단지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일자리를 통해 경제적인 도움도 되고 삶의 여유가 생기게 됐다"고 좋아했다. 중국인 출신 최성자 씨는 “일을 하면서부터 자신의 표정이 밝아지고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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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공식 교육기관에서 60시간 이상의 '다문화 방문 산후관리사 '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다누리맘에 채용될 수 있다.

◇고향 음식으로 몸 풀고 모국어 대화로 우울감 해소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수·결혼이주자 등 연도별 변동내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결혼 이민·귀화자 수는 30만 5446명에 달한다. 2007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다문화가정 인구수 역시 늘어 연구자들은 2050년이 되면 2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혼 이민자들은 출산 후 남다른 고민과 우울을 겪는다. 결혼이주여성의 84%는 한국에 온 지 1년 이내에 출산을 한다고 한다. 적응도 하기 전에 너무 일찍 엄마가 돼버린 탓에 일반 산모들보다 우울증과 고립감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전문 산후관리사인 여 씨 역시 출산 당시 몸과 마음의 고생이 심했다. 제대로 된 정보도, 돌봐 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베트남 산모들이 나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 씨는 산모의 집을 방문해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고향의 전통음식으로 밥상을 차려준다. 다문화여성들은 임신했을 때 가장 먹기 힘든 음식이 김치이고 출산 후에는 미역국이라고 한다. 여 씨는 베트남 식으로 삶은 족발과 가물치 조림, 돼지고기 조림으로 산모의 입맛을 돋우어준다.

몸 건강만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여 씨는 그동안 말이 안 통해 답답했던 산모들의 가슴앓이도 치유해준다. 한국에서 힘들었던 사연을 공유하며 적응하는 방법도 귀띔해 준다.

양한연 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은 “국적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출산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친정엄마이고 고향의 음식”이라며 “자국 여성들로부터 산후 관리를 받는 것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줘 산후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 요금 부담 낮추려 정부 지원 연계...이용자 연 300% 증가

다누리맘은 2011년 성균관대학교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의 ‘맘마미아’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모국어 사용 능력과 문화적 특성을 활용해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창의성을 인정받아 수원 소셜벤처 경진대회 1등을 비롯해 해마다 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한 대표는 “각종 대회장에서 우리의 사회적 미션을 발표하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쏟아낸 내 말과 행동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며 “이 사업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포기할 수 없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보니 이용자를 모집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한 대표는 “도움이 되는 척만 하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유는 경제문제였다. 다문화가정의 89%가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보다 낮았고 이들 가운데 45%는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79만 2000원 이란 기본 서비스 이용료는 비록 다른 산후조리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다문화가정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수요가 없으니 일자리 창출도 이룰 수 없었다.

한 대표는 산후 관리사에 대한 적정임금을 보장해주기 위해 서비스 요금을 낮추기 보다는 지원해줄 제3자를 찾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마중물을 부어준 건 한국수출입은행이었다. 다누리맘은 2013년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000만 원을 지원받아 다문화 산후 관리사를 양성하는 한편 모두 14명의 다문화 임산부들에게 평균 30여만 원의 자부담으로 방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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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들은 다문화 방문관리사로부터 친정엄마와 같은 푸근함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은 베트남 출신 보티디우후 관리사와 브이티쥬엔 산모


이 같은 경력을 토대로 다누리맘은 2014년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등록됐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 체제를 갖추게 됐다. 서비스 이용료는 기본이 85만 원(2주 기준)이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정부로부터 산후조리비용을 최대 60만 원까지 지원받아 실제 산모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20만 원대로 낮췄다. 또 지난해부터 다문화 산모들에게 13만 원씩 정액으로 산후 관리 비용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내맘이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누리맘 이용자 수는 매년 300% 이상 늘어나고 있다. 2013년 14명에서 이듬해에는 3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35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산후 관리사 인력이 모자라 130명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다누리맘은 올해 매출 목표액을 4억 원으로 잡았다. 전년대비 400% 증가한 금액이다.

◇ 정례회의 통해 관리사 의견 청취...서비스 질 높여

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려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매월 정례회의를 통해 파견 나간 관리사분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비스 질을 높여가고 있다"고 했다. 이 결과 부족한 장비와 서비스들을 보완하고 번역된 계약서 작성 그리고 근로계약서에 휴식시간을 명기하는 변화를 일궈냈다.

한 대표의 꿈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다양한 역량을 키워 다누리맘을 그들만의 손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물려주고 자신은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삶을 의미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나요?”

그는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도전하는 삶을 즐긴다며 지금 하는 일들은 그런 자신의 성향에 꼭 들어맞는 일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도전하는 청춘은 늘 아름답다.

[팁]'내맘이야' 프로젝트란?
다누리맘은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총 250여 명의 결혼이주여성 산모들에게 1인당 13만 원을 지원한다. 이 기금은 GKL 사회 공헌재단의 이웃사랑 성금으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한다. 지원 대상은 보건복지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사업’의 수혜자에 한하며 다누리맘 서비스 신청 시 적용받을 수 있다. 해당 여부는 서울과 경기지역 관할 시·군·구의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지원 유형별 본인 부담금은 소득기준에 따라 가·나·다·라형으로 구분되며 신생아 1명(12일) 기준으로 최저 12만 원에서 최고 27만 원의 본인 부담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은 출산 예정일 40일 전부터 출산 후 30일 이내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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