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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표심' 흔든 건망고, 아동학대 예방까지

[쿨머니,가치를 만드는 소비]AFN 공정무역 건망고와 계피가 바꾼 삶의 현장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4/23 08:29 | 조회 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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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N트레이더스(공정무역활동가)들이 장터를 돌며 공정무역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AFN


직장인 김지나씨(28)은 1년에 열흘, 휴가를 내고 '공정무역 전도사'로 변신한다. 그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일교사로 자원봉사한다. 그의 수업엔 '맛'이 있다.

“일단, 건망고랑 초콜릿부터 꺼내서 돌려요. '얘들아 이것 좀 먹어볼래' 하고요. 그러면 '맛있어요', '더 주세요', '이거 어디 꺼에요', 난리가 나요. 그리고 나서 생산자들, 빈곤국 농부 얘기를 꺼내면 애들 눈이 반짝거려요."

공정무역 제품을 사면 그 농부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그 나라 미래에 희망이 생긴다는 뜻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수업이 끝날 때쯤 조금은 의젓해진다. 김 씨는 그 보람으로 자원봉사를 1년반째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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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건망고는 계피와 캐슈넛과 더불어 AFN의 대표적 인기 상품이다. 방부제나 인공색소가 들어있지 않아 천연 망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사진제공=AFN
◇ 공정무역은 일방적 ‘원조’가 아닌 ‘공정한 거래’

김 씨가 수업에 쓴 건망고는 사회적기업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sia Fairtrade Network 이하 AFN, www.asiafairtrade.net)가 들여온 것이다. 이 제품 포장지에는 ‘한 조각의 망고가 필리핀 농부와 당신을 미소 짓게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건망고 판매자인 AFN는 공정무역단체이자 사회적기업이다. 공정무역가 이강백 대표와 인터파크의 창업 멤버인 이상규 대표, 건축가 승효상 씨,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경철 씨 등 11명이 2012년 총 5억 원을 모아 설립했다.

이들은 공정무역으로 아시아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몰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강백 AFN 대표는 “윤리적 소비는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함으로써 저개발국의 빈곤을 몰아내고 아동노동 착취를 막는 데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건망고가 좋은 예다. 이 제품은 필리핀의 자선재단이자 공정무역단체인 ‘프레다페어트레이드(이하 프레다)’로부터 수입한다. 프레다는 필리핀 다바오 지역 농부들이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망고를 일반 시장가보다 2배 이상 높게 쳐준다. 또, 망고 판매 수익금의 80%를 아동 감금 및 성매매 예방, 친환경농사 보급에 다시 쓴다.

이 망고는 최신 위생 설비를 갖춘 프레다의 공장에서 건조 과정을 거쳐 세계 각국에 수출된다. 2012년 기준으로 500여만 봉을 팔았다. 덕분에 농부들은 소득이 늘어났고 아이들은 노동에서 벗어나 학교로 돌아갔다.

현지 파트너들과 교류를 맡고 있는 이승희 AFN간사는 “이건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대자본에 밀려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AFN은 지금까지 프레다부터 17톤의 건망고를 수입해 공정무역 건망고가 빚어낸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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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
◇영세농,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공정무역프리미엄’

AFN은 첫해 1억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이래 계속 성장해 4년차인 올해에는 매출액 10억 원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 사이 직원도 2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이강백 AFN 대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동은 소비”라며 “공정무역은 강자 중심의 무역 규칙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탈출구"라고 말했다.

AFN은 캐슈넛을 시작으로 망고·차·커피·초콜릿·계피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 사이 거래처도 베트남과 필리핀·중국의 소작농들과 공정무역단체로 확대했다.

거래처와는 공정무역 거래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장기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는 것, 선급금을 지급해 생산과 선적 과정에서 드는 농부들의 비용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 영세농들과의 거래를 선순위로 두는 것 등이다.

유기농 계피 역시 베트남의 영세농, 소수민족 자오족이 생산한 것이다. 베트남 북부 산간지대 옌바이성에 사는 이들은 500년 동안 계피 농사를 지었다. 이들은 ‘반쩐 바이오 농부클럽’을 만들면서 422명의 영세농이 공정무역으로 뭉쳤다.

이승희 AFN 간사는 최저가격보장제와 공정무역프리미엄(지역발전기금)으로 농민 개개인은 물론 마을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고 전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수입보장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최저가격보장제로 농민들은 스스로 수익을 예측하고 내년 농사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프리미엄은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 판매 금액의 10~15%의 웃돈을 얹어주는 제도다. 최용훈 AFN 협력국장은 “옌바이성 농부들은 기금을 모아 도로를 깔고 길을 뚫었다”며 “그 덕분에 무거운 등짐을 벗어던지고 오토바이로 계피를 나르게 됐다”고 전했다.

최 국장은 “지금까지 계피 9.75톤·캐슈넛 28.5톤, 건망고 14.5톤을 판매했다”며 “생산자 농민들에게 총 5만9671달러를 공정무역프리미엄으로 지급해 마을의 발전을 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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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쩐 바이오 농부클럽 조합장 반 트아 찌에우씨가 산에서 계피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제공=AFN

◇국내 공정무역 160억 원대로 성장...업체들 "경쟁보다 협력으로 시장 키워"

AFN은 지난 2012년 4월 국내 공정무역단체들과 연합해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이하 KFTO)를 결성했다.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아름다운커피·두레APNet 등 7개 단체로 시작해 현재 12개 공정무역단체가 뭉쳤다. 이들은 각종 박람회와 커뮤니티 축제 행사를 통해 공정무역 제품을 소개하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전파하고 있다.

AFN은 또 수입한 공정무역제품들을 ‘웰코’라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 맡겨 소포장한다. 계피를 가루로 만드는 공정에는 사회적 기업 ‘김포농식품가공영농조합’이 함께 한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AFN은 지난해 서울시 우수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2013년 IFAD (국제농업개발기금)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의 소농 가운데 14억 명이 최저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공정무역만으로 이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노력하면 변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한 예가 지난 2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제 노동을 통해 어획한 수산물과 가공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관세법 개정안에 서명한 것이다. 언론과 공정무역단체들이 12년 동안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 결과였다.

더 좋은 변화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 공정무역 산업은 크게 성장했다. KFTO에 따르면 회원사 기준 공정무역매출은 지난 2004년 7100만원에서 2015년에는 160억 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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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들어온 공정무역 제품의 포장은 장애인보호작업장 ‘웰코’가 도맡아하고 있다./사진제공=AFN
◇ 5월14일은 세계공정무역의 날 ...'지갑 한 표' 어디 던질까

이렇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상품의 뒤에 가려져 있던 '사람 얘기'였다. AFN 고객 이세영 씨는 “AFN 상품 포장이나 블로그에 올려진 생산자 이야기를 보면 사람냄새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AFN의 블로그(http://afn_01.blog.me)에는 공정무역이 농부들의 지난한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신나는 이야기들이 깨알같이 올라와 있다. 소비자들은 고객센터 사용 후기에 자신이 개발한 다양한 조리법을 올린다.

5월 14일은 세계공정무역의 날이다. 올해에도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일대에 부스가 차려진다. 그곳에 가면 공정무역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또, '한 표'를 던질 만한 제품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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