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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어도 일하게" 공기정화 나눔포트 개발한 부부

[쿨머니,가치를 만드는 소비] 취약층 일자리·빈곤국 교육비 만드는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5/21 10:59 | 조회 6765

“벅 벅 벅.”
연신 문을 긁어 댄다. 우리의 문을 열어주기 무섭게 고양이 ‘알록이’와 ‘요미’가 달려 나왔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비닐하우스 안을 쏘다니더니 배가 고팠나보다. 나눔포트에 심어진 귀리의 싹을 사각사각 뜯어먹는다. 간식시간이 끝나자 두 마리는 서로의 털을 정성스럽게 쓸어준다. 볕 좋은 5월 오후, 고양이들의 평화가 보는 사람한테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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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캣그라스인 귀리의 싹을 뜯어 먹고 있다. 오른쪽 파란색 용기가 나눔포트다.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www.nanumhousing.kr, 대표 송경용 신부)의 과천 비닐하우스를 찾아간 손님들은 온갖 캣그라스와 호야·카네이션이 담긴 ‘나눔포트’ 사이에서 유유히 노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사의 송영준 이사(55)와 부인 신옥섭 조경사업실장(55)이 품기 전만 해도 둘은 과천시 화원 주위를 맴돌던 길고양이였다. 이젠 둘은 이 회사 인기상품인 ‘나눔포트 캣그라스 발아 키트’를 테스트하는 사내 감별사가 됐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길에서 살던 사람들이 섞여 살며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천의 나눔하우징 조경사업부 작업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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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능성 화분 '나눔포트'를 개발한 사회적기업 나눔하우징의 신옥섭 조경사업실장(왼쪽)과 송영준 이사.


◇빈곤국 아동에 학교를, 국내 취약층에 적정 일자리를

나눔하우징은 이 화분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해외 빈곤 아동들의 교육과 의료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모법인인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대표 송경용 신부)를 통해서다. 지난해 총 1000만원의 기금을 모아 전달했다. 그 결과 올해 초 학교에 다닐 나이에 버려지거나 생존을 위해 일 해야 하는 인도 하이데라바이드 지역의 빈곤 아동들을 위한 기숙학교가 건립됐다. 또 파키스탄 빈곤 아동들을 위한 샤인스쿨 교육사업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나눔하우징은 올해부터 국내 장애인 시설이나 탈학교 청소년의 그룹홈에 나눔포트를 기부할 계획이다. 이들이 지내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정서적 안정을 돕자는 취지다. 첫 번째 사업으로 지난달 광명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 40개의 나눔포트를 전달했다.

하지만 따로 기부를 하지 않아도 나눔포트엔 이미 사회적 가치가 많다. 국내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나눈다. 나눔하우징에선 공익형 집수리 사업, 실내 건축 공사, 실내 조경과 원예 업종에서 12명의 취약계층 출신 직원이 일반 직원 10여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2010년 노숙인 쉼터 ‘아침을 여는 집’에서 취약계층 자활을 위해 시작했던 집수리 사업이 계기가 되어 고령자 등 다양한 직원과 지역민이 함께 일하는 지금의 나눔하우징을 낳았다.

나눔포트는 이들에게 적정일자리를 만들어주는 효자 상품이다. 신 실장은 “건축, 인테리어는 몸을 많이 써야 하는 힘든 일”이라며 “우리 직원 중엔 연로하고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이 많아 계속 고용하려면 체력 부담이 적은 일, 이분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나눔포트가 더 많이 팔리면 이분들이 포장과 조립, 배송처럼 체력 소모가 적은 일을 하실 수 있게 된다”며 “실내 조경, 원예 등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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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미래(대표 송경용 신부)는 인도와 파키스탄 빈곤 아동들의 의료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 자립 몸부림과 시행착오 속에서 개발한 효자상품

설립 후 5년 여 동안 나눔하우징은 정부, 지자체, 기업 사회공헌 부문과 손잡고 5000여가구의 노후주택을 고쳐주며 계속 성장했다. 연 매출은 15억 원으로 늘었다. 예견됐던 고비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넘어가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인증 5년이 지나면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아오던 지원금이 중단되는데, 지난해 이 기업은 인건비 지원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매출과 일자리를 유지했다.

송 이사는 “이 과정에서 숱한 고비를 맞을 때 마다 각종 사회적 경제 조직의 도움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LG그룹이 후원하는 소셜 펀딩을 통해 1억 원의 무이자 대출을 받았고 비영리 IT지원센터로부터 온라인마케팅 컨설팅도 받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도 전문 컨설팅을 제공했다.

자립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것이 나눔포트였다. 실내건축이 전문 분야인 송 이사가 처음엔 직접 상품 디자인에 나섰다. 그러나 1차 제품은 상품화에 실패했다. 금형에서 물이 새는 하자가 발생했다. 그는 전문 디자이너 조언을 받아 다시 개발했다. 1차 제품의 결점은 강점으로 바꿨다.

지금의 나눔포트는 오히려 물이 전혀 안 새는 디자인이 차별 포인트다. 배수 구멍이 없기 때문에 화분 밑으로 물이 샐 염려가 없고 만일 식물이 시들거나 바꾸고 싶을 때 교체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여러 대의 화분을 쌓아 올릴 수 있어 가습과 공기 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벽에 걸 수도 있다. 본체는 비행기 유리창이나 방탄차 외장재로 쓰이는 최고급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 열과 충격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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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포트에 담겨진 캣그라스 (보리,귀리,밀의 새싹) 화분들

자칫 죽이기 쉬운 화분식물로 저절로 잘 크게 기능도 보강됐다. ‘저면 급수 방식’으로 심지를 통해 식물이 원하는 만큼 알아서 수분을 빨아들이는 원리를 쓴 것이다. 크기도 범용적이라 시중에 제일 흔한 10센티미터짜리 미니 화분이라면 어느 것이나 넣을 수 있다. 미니화분의 배수구멍에 나눔포트 심지를 꽂고 본체 위쪽의 주입구를 통해 물을 바닥의 표시선까지 채우면 설치가 끝난다.

나눔포트는 공공기관과 일반 소비자한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5년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굿디자인으로 선정됐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스타상품으로 뽑혔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이권희 씨는 사회적기업 박람회장에서 나눔포트를 보고 디자인에 반해 그 자리에서 6개를 샀다. 그는 “영업상 고객에게 작은 선물을 돌릴 때 나눔포트를 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생명체의 신비감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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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포트에 담겨진 10cm 화분들. 식물이 시들었을 때 교체하기도 쉽다.

◇소외이웃 5000여 가구에 집수리...동병상련의 기업문화

나눔하우징엔 설립 초기부터 이어진 독특한 문화가 있다. 직원들이 취약계층의 집수리를 하러 가서 벽까지 페인트를 칠해주거나 전등을 달아주는 일 따위 소소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송 이사는 “취약계층이 사는 집은 대개 반지하방이라 도배하고 장판까지 다 갈아도 하루가 안 걸리는데 직원들이 갔다가 집주인이 불편한 게 있다 싶으면 일을 더 하고 늦게들 오신다”고 말했다.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일반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문화다. 사업이 지속되려면 한 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해야 할 텐데 직원들이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는 나눔하우징의 캐치프레이즈가 ‘유쾌한 노동과 즐거운 나눔’임을 강조했다.

“동병상련 아니겠어요? 직원들 대부분 가난과 외로움이란 힘든 과정을 겪은 터라 누구보다 대상자들의 심정을 잘 알아요. 막상 그런 상황에 있는 다른 취약계층을 맞닥뜨리면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송 이사는 나눔포트가 언젠가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익형 집수리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나눔하우징 직원들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자주 접한다. 그는 “고령에다 국가 지원금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분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기는 힘들다”며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면 충분히 반려자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실내건축을 공부한 후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서만 30여년을 일한 그가 보기에 “인간에게 가장 유익한 실내 인테리어는 자연을 닮은 것”이다. 식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고 만져주면 더 잘 자란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살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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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우징의 공익집수리 현장. 직원들의 60%가 취약계층이다.


[팁] 나사가 추천하는 공기정화 10대 식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한국의 공기질은 180개국 가운데 173위, 중국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논란 속에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들한테 화분식물은 마음 편하게 해주는 대안이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따르면 실내식물을 적절히 배치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포름알데히드와 벤젠•톨루엔•일산화탄소 등 실내 오염 물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나사가 우주정거장의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알아낸 공기 정화 대표식물 10가지를 소개한다.

▷아레카야자(Areca Palm) : 증산 작용이 뛰어나 천연 가습기 역할. 휘발성 화학물질 제거력 우수.

▷관음죽(Lady Palm) : 암모니아 제거 효과 탁월. 이산화탄소 흡수.

▷대나무야자(Bamboo Palm) :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공기 중 독소물질 제거우수.
새집증후군 예방.

▷인도고무나무(Rubber Plant) : 포름알데히드 등 유독 화학 물질 제거 효과 탁월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

▷보스톤 고사리(Boston Fern) : 가습효과. 공기 오염물질 중 특히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우수.

▷알로에베라(Aloe Vera) : 페인트 및 특정 화학 세척제에서 발견되는 벤젠 제거. 잎 내부의 젤은 화상과 상처 치유에도 효과적.

▷아이비(English Ivy) : 가정 사무용품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 흡수. 책상에 놓아두면 좋으나 독성에 유의.

▷스파티필름(Peace Lily) : 알코올 아세톤,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학물 제거 효과 탁월. 습도조절.

▷산세베리아(Snake Plant) : 밤에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 흡수. 음이온 발생으로 미세먼지 제거 효과.

▷개량국화(Chrysanthemum) : 벤젠이나 가정용 세제뿐 아니라 페인트, 플라스틱, 일부 접착제 제품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을 필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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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포트를 쌓아 올리면(사진 왼쪽) 벽면녹화나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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