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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하고 돈도 벌고…'신기한 채권'

[쿨머니, 사회적기업의 날 특집]영국 수감자 사회적응으로 시작, 전 세계로 확산된 사회성과연계채권과 사회 혁신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7/02 10:00 | 조회 5598

영국인 브라이언(56)은 13살 때 술을 배웠다. 알콜중독자가 됐고 10년 동안 노숙자로 지냈다. 술을 마시면 폭군으로 변하는 브라이언에게 법원은 ‘공공장소 음주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소용 없었다. 브라이언은 피터버러 교도소를 제 집 드나들 듯이 했다. 그에게 감옥은 술과 구걸로 찌든 삶을 잠시 벗어나게 하는 피난처일 뿐이었다.

영국에선 브라이언 같은 1년 미만 단기재소자가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 되는 경우가 63%에 달했다. 이 때문에 재소자를 관리하거나 교정시설을 운영하는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 범죄자 1명을 1년 동안 옥살이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5만 파운드, 한화로 약 86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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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이 시행된 피터버러 시의 한 교도소. 사진=제3섹터


영국의 사회적금융기관 ‘소셜파이낸스’의 토비 에클즈(Toby Eccles) 사회투자미래전략담당관이 2010년 법무부 장관을 찾아갔다. 그는 정부 예산 대신 민간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와 ‘출소자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실시해 재범률을 7.5% 이하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 가지를 더 조건으로 걸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투자금에 성과금을 얹어 돌려줄 것.’ 범죄자 수감 비용이 줄어든 만큼 정부 예산을 아낄 수 있으니 그것을 수익으로 달라는 뜻이었다.

계약은 성사됐다. 록펠러재단 등 17개 민간 투자자가 이 상품에 총 500만 파운드, 약 85억 원을 투자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사회성과 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이하 SIB), ‘범죄경력자사회복귀 프로그램’이었다.

성과는 눈부셨다. 1년 사이에 재범률이 8.4% 낮아졌다. 브라이언의 삶도 바뀌었다. 그는 청소원으로 일하면서 소득이 생겼고 더 이상 구걸을 하지 않는다. 한 경찰관은 “브라이언이 경찰의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며 “그는 역대급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감옥 밖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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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 급속 확산…투자건수 13개국 60건, 투자금 1.8억 달러

영국에서 시작된 SIB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사회혁신’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영국 소셜파이낸스의 엘리너 네틀십 (Eleanor Nettleship) 선임담당관은 1일 “누적 기준으로 60건의 SIB 사업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며 투자금액은 1억80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광주광역시 공동주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으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사회적기업의 날을 기념해 열린 이 포럼에서 네틀십선임담당관은 전 세계 각국 사례를 전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영국 사례 1건뿐이던 SIB는 2012년 14건, 2014년 18건으로 서서히 늘다가 올해 들어 60건으로 급증했다. 시행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호주 등 13개국으로 늘었다. 중국, 일본, 멕시코 등 10개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대상은 사회 문제를 푸는 솔루션들이다. 빈곤으로 파생된 각종 가정문제와 약물중독·재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 같은 것들이다. 미국에선 저소득층을 위한 모자보건, 아동교육 등 11개 프로젝트에 27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네덜란드·오스트리아·벨기에·핀란드·스위스·포르투갈 등 유럽연합(EU) 6개국에선 실업과 교육·복지 분야에 투자됐다.
이공계 인재 부족에 투자된 사례도 있다. 이공계대학생들의 중퇴율이 40%에 달하는 이스라엘에선 레우미은행과 ‘로스차일드-카이사레아 재단’이 이공계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SIB프로젝트에 총 800만세켈, 약24억 원을 투자했다.

◇ 성공하면 정부·투자자·사회 모두가 승자

SIB란, 민간기업이 공공사업에 사업비를 투자하고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면 국가가 사업비와 인센티브를 주는 복지사업과 금융상품의 결합체다. 투자인 만큼 사업에 실패하면, 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

영국 피터버러 SIB는 성공적으로 6년여의 사업을 거의 끝냈다. 이제 최종 평가만 남겨놓고 있다. 네틀십 선임담당관은 “올해 투자금 회수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렇게 되면 모두가 승자가 되는 멋진 그림이 펼쳐진다. 법무성은 성공 시에만 비용을 부담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예산 낭비도 최소화했다. 투자자는 수익과 함께 사회 문제 해소에 공헌했다는 명예를 얻는다.

사회도 승리자가 된다. 범죄가 줄고 피해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도 혜택을 받는다. 수감생활 중 출소 이후의 삶, 즉 취직이나 재활치료, 정부보조금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자기 삶에 필요한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모든 SIB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2012년 미국 최초의 SIB는 뉴욕시 라이커스 섬 교도소의 16~18세 재소자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에 실패해 지난해 사업이 종결됐다. 960만 달러를 투자한 골드만삭스는 240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 그러나 원금 중 720만 달러는 이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낸 블룸버그재단이 보전해줬다.

실패요인은 성급한 도입에 있었다. 블룸버그재단 정부혁신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임스 앤더슨(James Anderson)은 한 언론사 기고문에서 “SIB는 정부·투자자·비영리 서비스 제공기관의 역량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며 “다른 곳에서 성공했던 재범률감소 프로그램이 라이커스 섬의 젊은 재소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전문성, 협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성공한 SIB의 비결은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과 탄탄한 협력망 구축에 있었다. 네틀십 선임담당관은 “SIB는 모든 분야 즉 정부· 공공 ·민간 사회에서 전문가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일할 때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버러시 SIB의 경우 4개의 비영리단체가 하나의 서비스를 한다는 명분 아래 뭉쳤다. 50년 동안 수감자들의 자활을 다뤄온 자일스 트러스트(St. Giles Trust)와 수감자 가족과 자녀 문제에 주목해온 오미스톤 트러스트(Ormiston Trust) 등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이 높은 단체들이었다.

이 같은 협업의 결과로 소셜파이낸스는 선더랜드 지역 재소자가족 2300가구의 에너지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고 1만5000가구가 의료서비스와 무료 아동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거들었다. 웨일즈 지방에서는 재소자 가족인 7500가구가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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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용석 연세대 교수,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엘리너 네틀십 소셜파이낸스 선임담당관, 이종국 광주NGO시민재단 사회적경제센터장,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김용갑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본부장. /사진=유보라 이로운넷 에디터

◇서울시, 아시아 최초 SIB 도입해 경계성지능 아동 지원

국내에서도 올해 SIB가 도입됐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서울시는 경계성지능(IQ71~84)을 가진 아동 100명에게 맞춤형교육을 실시해 자립을 돕는 SIB를 도입했다. 사단법인 PPL(이사장 김동호)등 민간투자자 3곳이 이 SIB에 1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운용사인 ‘팬임팩트코리아’는 이달부터 시내 62개 아동복지시설을 대상으로 경계성지능을 가진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경계성지능이란,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이다.

안호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주무관은 “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이 뒤처지고 왕따를 당하기 쉽다”며 “이같은 현상은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자라지 못한 그룹홈의 아동들에게 더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면 느리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즉,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면 이들을 일반적 경제주체, 사회인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면 들어가야 할 복지지출도 줄일 수 있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을 운용하는 (재)한국사회투자의 이종수 이사장은 “전통적인 방식인 ‘주는 복지’ 시스템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며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선순환시키는 방식이 병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IB는 사회적금융의 첨단 상품”이라며 “국내 NGO 단체들의 운동에서 시작한 사회금융이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팁] 사회적 금융이란?
사회적 금융은 사회적가치 뿐만 아니라 재무적 가치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자원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수익만을 좇는 상업적 금융과는 다르다. 또 투입된 재원의 적정수익을 포함해 재투자를 목적으로 회수한다는 점에서 공여성 사회사업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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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들은 세계 최초로 SIB를 만든 영국의 사례와 국제 현황을 듣고 한국 사회금융과 투자에 대한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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