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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우리 안의 ‘톤즈’

이경숙 기자| | 08/02 05:59 | 조회 1938

“오늘 아침을 먹으면 내일은 먹지 못한다. 바나나 하나로 하루를 버틸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는다” 리우올림픽 여자육상 출전자, 마그리트 루마트 루마르 하산이 올림픽 공식 유투브 동영상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의 조국은 남수단이다. 이 나라 국민은 다수가 가난하다. 인구 826만 명 중 51%가 빈곤선(Poverty Line) 이하, 즉 하루 1.9달러보다 적은 돈으로 산다. 그러나 “아이들 눈은 별처럼 빛난다”.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년)가 살레시오대학 동창, 신현문 신부(현 살레시오미래교육원장)한테 했다는 말이다.

남수단은 국내에선 이태석 신부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배경이 된 나라로 알려졌다. 이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를 시작하기 전, 로마 살레시오대학에 다니던 1999년의 일이다. 방학 중 선교 체험을 하겠다며 아프리카에 갔던 이 신부가 말라리아에 걸려 돌아왔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말도 없는 그에게 죽을 끓여주면서 신 신부는 속으로 '이 친구가 이제 선교는 포기하나 보다’ 했다.

하지만 이 신부는 끝내 아프리카로 갔다. 신 신부가 함께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그에게 물었다. 그 고생하고도 어찌 결심을 했느냐고. 그가 답했다. 멀리서 의사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한 사흘 엄마랑 손잡고 걸어온 아이가 있었단다. 약 몇 알 쥐어주며 삼시세끼 챙겨 먹으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더란다. 처음엔 영어가 틀렸나, 번역이 틀렸나 하다가 갑자기 깨침이 왔다. ‘아차, 하루에 한 끼도 못 먹는구나.’ 그는 고민하다가 하늘을 가리키며 해가 여기 오면 한 알, 가운데 오면 한 알, 저기 오면 한 알 먹으라 했다. 엄마와 아이는 끄덕이고 돌아갔다.

그는 부끄러웠단다. 아프리카에서 선교하겠다는 사람이 아프리카의 삶을 몰랐구나, 싶어 속상했다. 로마에 와 누워 있자니,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색깔이 눈에 아른거리더란다. 밤하늘 같이 까만 얼굴, 별 같이 흰 아이들 눈자위, 나무들의 푸른 색. 그래서 아프리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말을 전하며 신 신부는 “이태석이야말로, 아프리카의 돈 보스코”라 했다. 돈 보스코는 살레시오수도회의 창립자다. 산업혁명기, 거리에 떠돌던 아이들을 거둬 탈선하기 전에 ‘훌륭한 시민’으로 키워 천주교에선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 안에도 ‘톤즈’가 있다. 신 신부가 원장을 맡은 살레시오미래교육원에선 오후 5시쯤이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모인다. 밥부터 먹는다. 대개 그 밥이 제대로 먹는 첫 끼다. 정부복지를 탈 줄 몰라서? 그보단 손잡고 같이 가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한테 신부와 수사들이 해주는 일은 많지 않다. 밥 먹이고 공부시킨다. 방문으로 열어두고 언제든 들어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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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신 신부는 아이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학업중단, 취약계층 아이들과 함께 살며 이들이 사회에 나가 자리 잡을 때까지 ‘뿌리’가 되어주도록 교육원을 숙식 가능한 ‘특성화 수련시설’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 안의 ‘톤즈’에도 다행히 제2의 이태석, 돈 보스코가 있다. 엄마 대신 손잡아 줄 어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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