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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딸 만난 홈리스, 재기의 기반된 곳

[쿨머니,우리동네 히든챔피언]서울 성동구 소셜벤처 ‘두손컴퍼니’

백선기 머니투데이 쿨머니에디터| | 08/13 09:00 | 조회 40218

13년 만에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홈리스(노숙자) 생활에 이어 십 년 이상 알코올에 의존해 살았던 김종선 씨(가명·59세)에게 딸이란 보고 싶지만 찾아갈 수 없었던 존재였다.

지난해 김 씨가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딸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김 씨뿐만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중 누군가는 헤어졌던 엄마를 만났고 14살 때 무작정 상경했던 송영훈 씨(가명·58)는 귀농을 꿈꾸며 매달 적금을 붓고 있다.

한때는 모두 힘들었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 준 곳은 바로 서울 성동구 소셜벤처 ‘두손컴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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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 자리잡은 두손컴퍼니 물류센터장. 고객사들의 재고관리부터 상품입출고,포장,보관,조립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진제공=두손컴퍼니

◇직원 절반이 취약계층…"일자리로 빈곤퇴치" 미션
두손컴퍼니의 사회적 미션은 ‘일자리를 통한 빈곤퇴치’다. ‘두손’이란 이름에는 두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두(DO)'는 행동한다는 뜻, '손'은 ‘일하고자 하는 손’과 ‘돕고자 하는 손’이 맞잡았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직급이나 하는 일과 상관없이 모두 핸디맨이라 부른다. 두손이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며 ‘사람’을 최상위 가치로 둔다는 뜻이다.

두손컴퍼니가 운영하는 성수동 물류센터장에선 '맞잡은 두손'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손컴퍼니는 고객사들이 만든 제품을 수령해 보관하고 주문이 발생하면 이를 포장해 택배사에 인계해주는 물류대행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셜벤처 마리몬드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트업 12곳이 주 고객사다.

330㎡ 규모의 창고 한쪽에서는 물건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직원은 총 20명인데 절반인 10명이 노숙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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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는 취약계층을 위한 야학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사진제공=두손컴퍼니

◇ 친환경 종이옷걸이 31만개 제작…취약계층 일거리 창출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29)는 성균관대학교 재학시절,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생연합동아리 인액터스에서 활동했다. 2011년 ‘서울역 노숙자 강제퇴거’ 사건은 그가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노숙인들의 70% 이상이 자립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1년여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그가 마련한 첫 사업모델은 친환경 종이옷걸이를 이용한 광고 사업이었다. 옷걸이 틀을 감싸는 종이 위에 기업이나 단체의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일반적인 철제 옷걸이는 쓰레기로 버려져 땅에 매립되는 과정에서 토양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종이옷걸이는 재생 플라스틱과 재생 종이로 만들어졌고 분리배출할 수 있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한다. 무엇보다 만들기 쉬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취약계층의 일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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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컴퍼니가 만든 친환경 종이옷걸이./사진제공=두손컴퍼니

종이옷걸이는 지금까지 31만 개가 제작됐다. 이 과정에서 쉼터나 복지기관·자활센터에서 자립을 꿈꾸는 취약계층 100명에게 일거리가 생겼다.

◇ 올해 월 1억 매출 달성 전년대비 500% 성장

두손컴퍼니는 제조업을 통해 일거리를 만들고 물류대행업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려가는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박 대표는 “불황이라지만 소비행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전문물류업체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전년대비 500% 성장을 기록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7월까지 두손컴퍼니의 누적매출액은 12억여 원. 특히 올해부터 매달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3년 종이옷걸이 제조로 일궈낸 연 매출액이 1억3000만 원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장세이다. 2015년 3월 물류센터를 개관할 당시 3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1년 반 만에 20명으로 늘었고 물류창고도 3곳으로 늘어났다.

백영호 센터장(26)은 “취약계층들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며 “어떻게 더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그 자체가 매우 행복한 과정”이고 말했다. 그는 “작업장이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두손컴퍼니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두손드림자활지원시스템’이란 사내복지제도이다. 박 대표는 취약계층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들 대부분 건강과 채무·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역전문가와 손잡았다. 석달 전부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와 협약을 맺고 한 달에 한 번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재무상담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청년·장년 무한신뢰로 세대격차 허물어

두손컴퍼니의 직원들은 크게 청년과 중장년 두 그룹으로 나뉜다.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매니저급은 20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은 40~50대의 중장년층이다.

아버지뻘 되는 중장년층과 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백 팀장은 “연륜도 있고 풍파도 많이 겪으신 분들이라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먼저 해결책을 내놓고 인생 상담도 해준다”며 “불편함보다는 의지 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곧 환갑을 눈앞에 둔 김종선 씨는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일하게 된 나는 행운아"며 "아들뻘 되는 청년들을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말로 무한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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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컴퍼니 직원들은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세대간의 장점을 살려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사진은 올7월 가평워크숍./사진제공=두손컴퍼니


◇천 벌의 옷, 백 켤레 신발 나눔

두손컴퍼니는 창업 이래 해마다 2차례 나눔 캠페인을 연다. 2013년에는 세탁소 고객들을 대상으로 헌옷기부캠페인을 벌여 한 달 만에 옷 1000벌을 모았다. 이 옷들은 서울시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2014년에는 종이옷걸이를 구매하면 그 수익금으로 홈리스들에게 방한화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통해 방한화 100켤레를 노숙인들에게 전달했다.

무엇보다 종이옷걸이를 함께 만드는 취약계층은 두손컴퍼니의 나눔 대상 일순위이다. 2014년 여성쉼터인 일문화카페의 복지사가 박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종이옷걸이를 함께 만들던 손미영 씨(가명·40대)가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대학후배 4명을 끌어모아 드림팀을 꾸려 일대일과외를 붙여줬다. 손 씨는 고득점을 받아 검정고시를 통과해 지금은 대학에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좋은 뜻 가진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많은 것 바꿔"

박 대표의 꿈은 10년 안에 두손컴퍼니를 매출 1000억 원의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좋은 뜻을 가진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며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임팩트가 큰 변화를 일궈내고 싶다”고 말했다.

실례로 그는 최근 성동지역자활센터로부터 취약계층 1명을 파견근로 형태로 받아들였다. 파견근무제는 기초수급을 받는 취약계층이 일정수준 이상 고정급여를 받으면 수급이 삭감되거나 끊기게 될 가능성을 줄여준다. 기업은 복지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박 대표는 “취약계층의 파견근로형태는 법령에는 있으나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이처럼 사회변화의 목적을 가진 기업이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면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법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남다른 도전정신과 사명감은 지난해 아름다운가게가 그를 뷰티풀펠로우 5기로 선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하나 아름다운가게 사회적기업센터 팀장은 “박 대표는 홈리스들의 더 나은 삶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활동을 보여준 사회혁신가”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이후 크게 성장했다. 아름다운가게로부터 순환물류센터인 용답동 그물코센터의 팀장을 소개받아 물류사업에 대한 알짜배기 지식과 현장경험을 습득했다.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성공한 기업가들을 추천받아 경영철학을 듣고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무엇인가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그는 두렵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경영 멘토가 되어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말을 떠올린다. 그의 주문은 간단했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계속 정진하라."

두손컴퍼니는 홈리스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손이지만 아름다운가게로부터는 도움을 받는 손이 된다. 주고받는 두 손이 만나 일궈내는 하모니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변화시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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