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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물사용 30% 줄이면 원전 1개 줄여"

[쿨머니, 토닥토닥편지]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도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경숙 기자| | 09/10 08:55 | 조회 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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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사진=임성균 기자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이자 (사)빗물모아지구사랑 공동대표, 세계물학회(IWA) 빗물관리 전문분과 위원장, 국회 물관리연구회 자문위원단장이다. 식수난을 겪던 전남 신안군 기도에 빗물시설을 설치해 물 자급률 100%를 달성한 공로로 2013년 에너지글로브어워드를,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에 빗물탱크를 설치해 주변 침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2010년 IWA 창의 프로젝트 상을 받았다. 2015년 세계물포럼에선 물·에너지·식량을 연계한 창의적 옥상녹화로 우수상을 받았다.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 <빗물과 당신> 등 다수의 저서와 <기후 회복을 위한 새로운 물 패러다임>, <기후 변화에 대비한 도시의 물 관리> 등 역서가 있다. 이 중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은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 도시를 와플처럼 나눠 자기 칸만 식히면 기후 변화 대응 가능- 물의 높은 기화열은 지구 생명을 키운 원천
- 각자 옥상, 지붕, 도로에 ‘빗물씨앗’ 심어야
- 정부, 지자체에 대한 절수 대책 요구는 시민이 함께
- 서울시가 물 30% 절약하면 원전 1개 줄여


며칠 전 한 지인이 나사 고다드우주연구소장 발언이 실린 기사를 이메일로 보냈어요. “지구에서 나타나는 폭염추세가 멈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폭발적인 기온 상승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었죠. 지인은 “우리 애들 세대는 더 힘든 기후에서 살게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는 게 없어 불안과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했어요.

솔직히 나도 그랬어요. 내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후변화 전공도 아니고 내 영역도 아니니까요. 온실가스를 줄이는 건 내 능력, 내 관심 바깥의 일이었어요.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홍수와 가뭄, 폭염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런 건 내 영역 그러니까 토목, 건축 분야의 문제였죠. 저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고안했어요. 빗물 모으기, 옥상 녹화하기, 지붕에 물 뿌리기, 변기 바꾸기에요.

어떻게 이 정도 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냐고요? 원리는 간단해요. 중학교 물리 교과서에 있어요. 쌀 냄비를 가열했을 때 물이 있으면 뜨거워지는 데에 오래 걸립니다. 물이 없으면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지요. 사막에서 낮엔 아주 뜨겁다가 밤엔 아주 추워지는 이치와 같아요. 물의 기화열, 즉 액체가 기체로 바뀔 때 외부로부터 흡수하는 열량이 많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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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 교수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그런데 도시가 사막이 되어가고 있어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땅, 물을 품을 수 없는 땅이 늘고 있어요. 서울시의 불투수율은 1962년에 7.8%였던 것이 2010년에는 47.7%로 늘었어요. 서울시 절반이 사막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물을 잘 관리하면 도시가 시원해집니다. 도시를 계획할 때 물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어렵지 않아요. 볼록을 오목으로 바꾸면 됩니다. 도시를 오목하게 해서 물을 담는 겁니다. 나무를 심을 때, 도로 중앙분리대에 흙을 볼록하게 올라오게 만들죠? 이걸 20~30센티만 오목하게 하면 물이 땅 속으로 들어갑니다. 작은 정원, 작은 연못을 만드는 거죠. 여기에 벌레 생길 것 같으면 물고기를 살게 하면 됩니다. 자갈과 흙을 깔고 그 밑에 맥주 박스를 두면 벌레는 못 들어가지만 물은 가둬둘 수가 있지요.

두 번째, 옥상에 연못이나 정원을 만드세요. 저는 서울대 35동에 면적 60㎡, 수심 20cm짜리 연못을 만들었어요. 아주 깨끗해요. 여기 금붕어 100여마리, 구피 100마리가 살면서 이끼와 녹조를 먹어치우거든요. 옥상에 나무를 심어 녹화할 수 있어요. 나무들은 천연 에어컨이에요. 나뭇잎에서 수증기를 증발시키면서 기화열로 온도를 낮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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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35동 옥상에 설치된 파이프 팜. 흙이 담기는 면적을 최소화해 건물에 주는 하중 부담을 줄여줬다./사진제공=서울대
세 번째, 주택이 낡았다면 파이프 팜(Pipe Farm)을 설치하세요. 파이프 팜은 거즈로 물 빨아올려 뿌리를 담은 흙을 적셔줍니다. 수경재배 원리와 비슷하죠. 식물이 뿌리 내리는 면적에만 흙을 올리니 하중을 줄일 수 있어서 오래된 건물에도 설치가 가능해요. 제가 있는 건물에는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의 이은수 대표가 파이프 팜을 만들어줬어요. 파이프랑 화분만 올리면 됩니다. 1㎡에 약 30만 원쯤 들더군요.

네 번째, 빗물을 탱크에 모아 지붕에 뿌려주세요. 한창 더운 날 소 키우는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니까 3도가 떨어지더군요. 300㎡ 우사에 빗물탱크 설치비용이 1000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한 여름에 빗물을 끌어올리는 데 드는 전기비용은 한 달에 10여만 원이었고요. 쪽방이라면 돈이 얼마 안 들 것 같아요. 만약 에너지복지 분야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가 이런 원리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저소득층이 적은 돈으로 집 온도를 낮추도록 냉방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옥상, 지붕, 도로에서 물을 모아주면 하수도로 흘러드는 유출량을 줄여 해수면 상승속도도 줄일 수 있어요. 물학자들은 인구 증가, 도시화가 온난화보다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해요. 연구결과 유럽 대륙에서 지난 50년 동안 토양과 지하로 흘러들지 못한 빗물이 1조㎥ 그러니까 1000㎦에 이릅니다. 도시에 물을 모으는 건 문명화에 대한 인간의 환경적 책임이에요.

자, 다섯 번째 실천법을 알려드립니다. 변기를 바꾸세요. 일반 변기의 경우, 한번 물을 내릴 때마다 12리터의 물이 내려가요. 정부가 말하는 최고급 음용수가 대소변 내리는 데에 쓰이는 겁니다. 초절수형 변기는 한 번에 4리터를 씁니다. 누를 때마다 2리터짜리 생수병 4개만큼의 물이 절약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물 사용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요. 세계 톱클래스에요. 독일인 한 명이 하루에 150리터를 쓰는데, 우리나라는 284리터를 씁니다. 독일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샤워 안 하고 화장실을 덜 가겠어요? 아닙니다. 합리적으로 덜 쓰는 시스템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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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부터 김상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박사, 우효섭 응용생태공학회장, 김영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안영규 국민안전처 재난예방정책관, 한무영 서울대 교수. 맨 오른쪽부터 육경숙 (사)녹색교육센터 소장, 김이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최지용 서울대 교수, 유성용 국토교통부 수자원정책국장, 남궁은 명지대 교수,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사진제공=서울대

제가 물관리연구회(대표 국회의원 주승용)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정책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외치게 하는 구호가 있어요. ‘2020 200!’ ‘비돈비돈 비돈돈!’이에요. 2020년까지 1인당 물 사용량을 200리터로 줄이자, 비는 돈이다, 라는 뜻이죠. 물을 절약하고 빗물을 버리지 않고 잘 관리하면 홍수, 가뭄, 폭염 등 기후 변화까지 대응할 수 있어요.

인류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긴 어려워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작은 해법을 적용할 순 있어요. 빗물을 모으고, 자기 건물과 동네를 덜 덥게 하는 것 따위죠. 비를 모아 물이 하늘로 올라가게 해주세요. 그러면 내려옵니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납니다. 빗물을 심으면 비가 내리면서 온도가 낮아집니다. 웅덩이, 연못, 나뭇잎이 빗물의 씨앗입니다. 이건 누구나 심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를 위에서 바라보면서 와플처럼 칸을 나누는 걸 상상해보세요. 내가 속한 와플 한 칸만, 그곳의 옥상과 도로만 나무와 빗물로 채우는 것이지요. 그건 지역주민 개개인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는 정부 예산을 많이 투입해야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꼭 함께 움직여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 지출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전기를 아끼면 에코마일리지 등 인센티브를 주듯 물을 아끼는 데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것입니다. 지자체별로 인구당 절수 수치를 공개하면서 목표치를 못 채운 지자체엔 중앙정부의 평가점수나 지원을 줄인다면 채찍이 될 것입니다. 정책만 잘 만들고 수자원공사가 협조하면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장의 마인드를 바꾸도록 시민이 압력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자체의 수자원관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니 수도국장이 아니라 시장이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라면 박원순 시장이 수질, 수자원을 직접 관리하라고 제안해야 합니다. 단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물이니까요. 서울시엔 원전 하나 줄이기팀이 있지요. 물을 아끼면 원전도 줄일 수 있어요. 서울시 연간 물 사용량의 30%, 약 3.6억 톤을 줄이면 물 생산과 하수 처리에 들어가는 에너지 5억4000kwh가 줄어듭니다. 고리 원전 한 개의 연간 발전량인 약 6억4000kwh에 거의 맞먹는 전력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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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35동 옥상에 설치된 연못 전경.

문제를 풀려면, 임팩트가 큰 곳에서부터 솔루션을 적용해야 합니다. 문제가 다원방정식이라 미지수가 많고 복잡해 풀 수 없다면 미지수가 한 개가 될 때까지 쪼개야 합니다. 기후 변화가 다원방정식이라면 빗물 모으기, 변기 바꾸기는 일원방정식입니다. 자기 분야, 자기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세요.

또 하나, 혼자 고민하고 무기력에 빠지지 말고 여럿이 함께 하세요. 동네 동(洞)자에 답이 있습니다. 거기엔 물 수(水)와 함께 동(同)이 합쳐져 있지요. 예부터 물을 공동체가 함께 관리하는 게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란 뜻입니다. 전 이걸 동자(洞字)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함께 하세요. 공동체가 함께 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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