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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뭐에요?" 아이들 삶 바꾸는 찬나 후드티

[쿨머니, 가치를 만드는 소비]캄보디아 빈민가에 학교 짓는 디자인 소셜벤처 ‘딜럽(D’LUV)’

백선기 이로운넷 쿨머니에디터| | 09/24 08:59 | 조회 4995

캄보디아 오지 마을 깜뽕참(Kampongcham). 그곳엔 수도도 전기도 없다. 그가 처음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씻지도 않고 공부도 않고 소를 치는 아이들을 봤다.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학교에 가질 않니.” 아이들은 “학교가 뭐에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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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오지마을 깜뽕참은 수도랑 전기시설이 없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사진제공= 딜럽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게 할 수 있을까. 디자인 소셜벤처 딜럽(D’LUV)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지웅 딜럽 대표(27)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딜럽이란 영어 그리다(draw)와 사랑(love)의 합성어다. 아이들과 함께 사랑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디자인 브랜드란 뜻이다.

◇ 패션·가죽공예 제품 판매액의 10%는 아이들 교육비로 환원

딜럽이 만든 옷과 모자· 휴대폰케이스에는 캄보디아 빈민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다. 아이들의 원본은 시각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패턴화된다. 딜럽의 패션디자이너와 가죽공예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제품에 이 패턴을 집어넣어 완제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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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들. 딜럽의 디자이너들은 이를 패턴화해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사진제공=딜럽


제품을 판매한 금액의 10%는 아이들의 교육 지원 사업에 쓰인다. 제품의 이름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소파린 팔찌·쌩허 스냅백·너이까냐 티셔츠 같은 식이다. 입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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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럽의 인기 품목인 찬나후드티. 찬나는 그림을 그린 아이의 이름이다./사진제공=딜럽


딜럽은 2015년 창업 이래 1년에 두 차례 소비자들과 함께 9박10일 동안 미술 교육 봉사를 떠나고 있다. 캄보디아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모아온다. 왕복항공료와 체재비는 전액 각자 부담이다. 평균 90여만 원이지만 서로 다시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봉사 공지가 뜨면 하루 만에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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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럽은 아이들이 땡볕에 앉아 미술교육을 받아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와 학교건립을 서두르게됐다./사진제공=딜럽


딜럽 열혈 팬을 자처하는 대학생 김현정 씨는 “나의 소비가 진짜로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실상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딜럽의 대표가 된 양 주변에 여기저기 알리게 된다”고 말했다.

미술교육뿐 아니라 위생교육도 시킨다. 대구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윤가영 씨는 “빗물을 받아 한국에서 가져간 머릿니 샴푸로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양치를 시켜준다”며 “네끄로 (여선생님)라며 졸졸 쫓아오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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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니를 없애주는 샴프로 머리를 감고 양치질을 하는 소년/사진제공=딜럽


◇ 크라우드펀딩 11시간만에 목표액 100% 달성

입소문과 관계의 힘은 대단했다. 지난 6월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고 싶다는 크라우드 펀딩은 개시 11시간 만에 목표액인 200만 원을 넘겼다. 한 달 반 동안 351명이 후원해 목표액의 537%를 달성했고 1075만 원이 모였다.

연예인들도 동참했다. 이 대표는 “연예인들은 보통 협찬비를 받지만 저희는 좋은 취지니 그냥 입어보시겠다면 보내드리겠다고 했다”며 “고맙게도 많은 분들께서 응해주셔서 홍보의 효과를 누렸다”고 전했다. 엑소(EXO) 수호, 방송인 전현무, 육중완, 가수 백청강, 개그맨 안소미·이상호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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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UV가 크라우드펀딩에 내놓았던 가죽팔찌와 리워드제품. 펀딩은 목표액 537%를 달성하며 성공리에 마쳤다. 딜럽은 9월 2차 펀딩에 나선다./사진제공= 딜럽


이 대표는 제품의 우수성과 진실성을 펀딩 성공의 비결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태리 최고의 가죽으로 팔찌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며 “그동안 소비자와 맺은 두터운 신뢰감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판매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과 펀딩 모금액은 현지 NGO 단체인 '샬롬 얼라이언스 인 캄보디아(Shalom Alliance in Cambodia)’ 계좌로 송금된다. 이 돈은 현지 봉사 때 봉사자들과 회의를 거쳐 가장 필요한 곳에 지출한다. 그는 “단1원도 운영비나 행정비로 쓰이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집을 짓거나 교육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에 쓴다”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 약자를 돕기 위해 돈을 버는 기업

딜럽의 직원은 모두 4명이다. 패션디자이너와 시각디자이너, 경영파트 직원으로 단출하다. 이들의 공유가치는 간단하다. 남을 돕기 위해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약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진 건 죽음의 문턱을 경험하고 나서다.

23살 때 이 대표는 오토바이사고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다. 의식을 찾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후회 없이 살자,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자’였다. 1년 동안 30개국 여행을 떠났다. 새벽 5시부터 밤늦도록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저금을 헐었다. 여행하면서 자연스레 빈민가와 마주쳤다. ‘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마음은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두려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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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웅(27) 딜럽 대표와 깜뽕참마을 어린이들. 밀집모자를 쓴 사람이 이대표다./사진제공= 딜럽


돌아와 책을 썼다. ‘두렵다. 그래도 나는 간다’ 였다. 초판 1쇄가 한 달 만에 완판되고 3쇄를 찍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훗날 그는 인세 전액을 캄보디아 빈민가에 집 2채를 짓는 데에 썼다.

딜럽은 크라우드 펀딩에 앞서 이미 집 2채와 140여 명의 아이들을 위한 마을학교 1곳을 지었다. 이 대표는 현지를 방문했다가 아이들이 땡볕에서 땅바닥에 앉아 수업하는 걸 보고 최소한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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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뽕참 마을 이장은 아이들을 위해 땅을 내놓았고 딜럽은 그 터에 학교를 지었다./사진제공=딜럽


◇착한 소비를 통한 기부 문화 확산

초창기 한 달에 20~30만 원에 불과한 매출이었지만 그간 푼푼히 모은 돈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 400만 원으로 학교를 지었다. 말이 학교지 지붕과 벽, 기둥만 얹어진 상태다. 그래도 바람과 비, 햇빛을 가릴 수 있어 날씨와 상관 없이 공부를 할 터전이 마련됐다.

그의 바람은 딜럽의 제품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그 판매금을 기반으로 학교에 책상도 들여놓고 발전기도 마련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점차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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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육 시간 중 한 아이가 자랑하듯 그림을 펼쳐보이고 있다./사진제공=딜럽


그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교육만이 그들을 일어서게 할 수 있는 힘이라 믿기 때문이다. 1975년 독재자 폴포트의 학살로 캄보디아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식층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말았다. 지식인층의 말살은 교육의 부재를 불러왔고 이는 다시 수많은 이들이 빈곤과 질병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의 목표는 착한 소비를 통한 기부 문화 정착이다. 그래서 금전적 후원은 절대 사절이다.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한 사람이 거액의 돈을 지출하길 원하지 않는다. 적은 돈일지라도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 그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이유다.

◇ 청각·시각 장애인이 제품 모델인 회사

딜럽만의 특별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장애인 모델을 등용한 점이다. 이 대표는 상품을 소개하는 화보집과 펀딩을 위한 카드뉴스를 제작할 때 청각과 시각장애인 2명을 모델로 내세웠다. 그는 “미국 슈퍼모델 오디션에서 청각 장애인이 우승하는 걸 봤다”며 “우리는 우승은 커녕 왜 지원자조차 나오지 않는 걸까 고민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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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럽 제품을 소개하는 모델이 된 류하늘씨/사진제공=딜럽


청각장애인 류하늘 씨는 “장애인도 모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용기 내 도전했다”며 “장애인으로 산다는 건 불편한 것일 뿐 사소한 것에서부터 차별이 사라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딜럽의 ‘착한 소비’ 운동은 지난 2015년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글로벌 부문 우수상을 차지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육성사업팀에 선정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더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 저소득층 소비자를 위한 보급형 생리대 제작 도전

이 대표는 딜럽이라는 디자인 브랜드에 이어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급형 생리대 제작에 나섰다. 그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자신이 신던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9월 중순 나온 시제품은 곧 테스터들에게 전달돼 품질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국가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양산에 들어간다면 1팩의 생리대가 판매될 때 마다 저소득층 가정에 똑같이 1팩의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남다른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강연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스스로를 가리켜 ‘체육전공자라 학업도 뒤쳐졌고 영어도 제대로 못 한다’는 그가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이런 나도 사업을 하는데 여러분은 뭐든지 더 잘할 수 있어요. 두렵더라고 가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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