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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연예인들이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 알고 보니

[쿨머니, 히든챔피언] 새터민 자립 돕는 사회적기업 커피창고

백선기 이로운넷 쿨머니에디터| | 11/05 08:59 | 조회 21253

㈜커피창고에서 3년째 일하는 이혜영 대리(45)는 올해 추석 상여금을 받고 놀라서 동그라미를 다시 세었다.

“추석물량이 많아 야근을 해 내심 수당을 기대했는데 금액이 적어 실망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어 있잖아요.”

이 씨는 추석 보너스로 100만 원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내년이면 월급이 또 오른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 공안에 발각돼 세 차례나 북송됐어요. 북송됐을 때 힘든 그 거이 상상을 못하지요.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게 뭔지 압네까? 내가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는 거에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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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창고 직원들이 홈페이지 개편을 위해 모델로 나섰다. 맨앞줄 중앙 김대표를 중심으로 양쪽 여직원들이 북한이탈주민이다./사진제공=커피창고


◇ “같은 능력이라면 취약계층…성실성 남달라”

커피창고는 온라인쇼핑몰(www.coffeecg.com)을 운영하면서 커피머신 렌탈 서비스, 원두 로스팅 등 커피전문점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직원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북한이탈주민과 장애인·고령자·장기미취업자 등 취약계층이다. 취업공고문에는 ‘취약계층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사업이 확장될 때마다 취약계층을 우선 고용해 전체 직원의 90%가 취약계층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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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커피창고 대표/사진제공=커피창고

김유리 커피창고 대표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다른 성실성을 보여 일반 직원들 사이에 막연히 갖고 있던 선입견이 사라졌다”며 “같은 능력이라면 취약계층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커피 로스팅을 가르치는 양지선 팀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은 흰 도화지 같아 가르치는 데로 잘 따라와준다”며 “원칙을 잘 지키고 성실해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와 북한이탈주민(이하 새터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단골 고객이 우연히 커피창고 직원 채용 소식을 듣고 지금은 대리로 진급한 이혜영 씨(45)를 추천했다. 그 후 4명의 새터민이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 중 채은옥 씨(60)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북하나재단에서 실시한 새터민 창업지원대상자로 선발돼 6개월 전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홈페이지 제작과 SNS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심학수 주임은 왼팔을 못 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입은 교통사고 후유증이다.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이렇다 할 직장을 얻지 못한 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커피창고는 그에게 다시 펜을 잡을 기회를 주었다. 긴 공백 기간으로 녹슨 실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교재와 강의료를 지원했다. 불과 석 달 만에 심 주임은 쇼핑몰 제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향상됐고 자신감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지 2주 만에 팔로어가 886명이나 생겼어요. 보여드릴까요? 사진에 글씨를 넣는 포토그라피도 회사에서 배운 거랍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커피를 좋아해 하루 5잔을 마신다는 심 주임은 “회사에서 커피를 공짜로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복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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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을 못쓰는 심학수 주임은 커피창고에서 웹디자이너로 맹활약중이다./사진제공=커피창고

◇ 입소문 타고 매년 50%씩 성장 “진심은 통한다”

2011년 창업 이후 커피창고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연 매출 4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0억 원, 올해 3분기엔 15억 원을 달성했다. 거래 업체는 전국에 216곳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와 SM엔터테인먼트, 전국 대학가에 파고든 CNN 커피숍 등 굵직한 회사들이 주 고객이다.

인기 비결은 좋은 품질과 서비스다. 커피창고 쇼핑몰에는 25종류의 원두가 준비돼 있다. 보통 쇼핑몰의 2배 이상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5종류의 블랜딩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또 ‘이달의 커피’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원두를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커피맛의 신세계를 제공한다.

양 팀장은 “커피 문화의 확산으로 가정에서도 유명바리스타 버금가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많다”며 “SNS를 통해 서로 마셔본 커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우리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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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커피창고 공장에서 탈북민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커피원두를 볶고 있다.

회사의 모토는 ‘진심은 통한다’이다. 김 대표는 공급 계약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사회적기업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그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연명하는 줄 안다”며 “비숙련자들이 만든 품질 낮은 제품이란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피창고는 올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한 대기업에서 일반 기업들과 경쟁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 기업성장의 버팀목이 된 사회투자기금

커피창고가 안정된 매출을 올리기까지 시련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회전이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커피머신 렌탈 사업은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대금결제가 길게는 2달 이후에 이뤄져 거래가 클수록 운전자금 문제를 일으켰다. 재고 확보용 운영 자금도 부족했다.

이에 숨통을 틔워준 건 (재)한국사회투자였다. 김 대표는 한국사회투자의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을 저리로 융자받아 기업의 안정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커피창고는 결제기일에 대한 시차 문제로 생긴 자금압박을 덜고 물류시설 구축비 마련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생두를 대량구매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원가 절감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덧붙였다.

◇ 즐비한 감사패 “수익금으로 취약층 직업재활”

커피창고 한켠엔 여러 복지관으로부터 받은 트로피와 감사패가 즐비했다. 커피창고의 수익금은 취약계층이나 장애인들의 직업재활교육에 쓰인다. 2013년 지체장애인을 돌보는 하상장애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천안인애학교·송파인성장애인복지관·청음회관·서산성봉학교 등 5개 기관에서 진행하는 직업재활교육장에서 쓰는 원두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0만 원 상당에 이른다.

김 대표는 “청음회관에서 직업재활교육을 받은 원생들은 효성그룹과 연계돼있어 카페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자랑했다. 원생들은 커피창고가 무상으로 제공한 원두로 실력을 연마해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해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원생들은 올해 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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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창고로부터 원두를 무상제공받아 기량을 닦아온 하상장애인복지관 원생들이 올해 전국 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커피창고

◇ 회사가 클수록 직원 꿈도 커지는 ‘꿈의 창고’

2016년 7월 기준 약 3만 명에 이르는 새터민들에게 커피창고는 ‘희망의 기업’이다. 일 년에 평균 5회 이상 지원단체에서 적응훈련 중인 새터민들이 커피창고로 찾아와 전문가로 자리잡은 선배들을 보고 배운다. 취업을 해도 한 직장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곤 한다는 새터민들에게 3년차 이혜영 대리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딸아이와 함께 한국에 온 이 대리는 그간 모은 돈으로 전세금을 마련해 살던 월세아파트를 전세로 돌려놓았다.

“잘 먹고 잘 입을수록 고향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요. 행복감에 젖어들 때마다 죄책감이 앞서요. 꿈에서도 생각나는 걸요.”

이 대리는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에 큰 딸을 두고 왔다. 살아 있다면 올해로 25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이 되는 그날 딸을 볼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커피창고는 그에겐 ‘꿈의 창고’다.

“커피창고가 번영하면 우리도 뿌듯하잖아요. 후배들도 거리낌 없이 절 찾아오고요. 입사 초창기엔 택배물량도 적어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가기도 미안했어요. 그런데 회사가 커가니 월급도 매년 10%씩 올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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