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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셋' 유기견 써니, 동물대표 된 사연

[쿨머니, 우리동네히든챔피언] 서울 마포구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백선기=이로운닷넷 기자| | 02/11 08:59 | 조회 7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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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표 써니는 비록 다리가 하나 없지만 잘도 달린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반려견 써니는 다리가 셋뿐이다. 산책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실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써니는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마을을 꿈꾸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의 동물대표다.

우리동생의 '사람 조합원' 박대루 씨는 5년 전 써니를 유기견보호소에서 입양했다. 그는 써니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친 다리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회복기에 있던 때 써니를 입양했다.

"버려진 탓에 몇 살인지 왜 다쳤는지도 몰라요. 처음엔 궁금했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이니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사랑만이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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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보호센터에서 써니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박대루 조합원/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써니는 장애를 지녔음에도 특유의 발랄함으로 조합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동물대표로 활동 하고 있다. 그는 동물대표의 자격으로 조합원이 세운 동물병원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마스코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 세계 최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운영

써니와 나타샤가 '동물대표'를 맡은 우리동생은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이다. 2015년 6월 열렸다. '사람조합원' 1422명과 그들이 키우는 반려동물 2557마리가 우리동생 조합원이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22길 골목 어귀, 언뜻 보기엔 일반 가정집 같은 아담한 2층 입구엔 병원 건립에 십시일반 힘을 보탠 조합원들의 사진이 빼곡하다. 165㎡ 규모의 병원에는 수의사 2명, 수의테크니션 2명과 미용사 1명이 일하고 있다.

진료비는 서울시내 동물병원이 가장 많이 택하고 있는 최빈값으로 정했다. 정경섭 우리동생 이사장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의료협동조합들이 그렇듯, 우리동생도 의료장비를 들여오거나 진료수가를 정할 때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1999년 진료비 담합을 막는다는 이유로 의료수가제를 폐지하면서 병원마다 진료비가 들쭉날쭉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협동조합 특유의 경영 방식은 조합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조문선 조합원은 "조합원이 소비자이면서 주인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며 "단지 진료비문제뿐 아니라 의료행위도 동물복지차원에서 이뤄져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설득과 이해의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신뢰감이 쌓여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개원할 때만 해도 사람 954명, 동물 1743마리였던 조합원 수는 그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진료를 받는 동물도 하루 평균 15마리 정도다. 조합원이 아니어도 병원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조합원에게는 진료비를 20%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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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인 우리동생은 마포구 월드컵로 22길에 위치해있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유기동물, 병원은 치료하고 조합원은 입양

우리동생의 또 다른 동물대표 '나타샤'한테도 사연이 있다. 고양이 나타샤는 추석 연휴에 대형마트에 버려졌다. 나타샤의 사연은 동물대표를 선출하는 온라인 투표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외모가 출중하고 출신과 족보가 뛰어난 다른 후보들을 제치게 해줬다.

우리동생 조합원들은 유기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역대 동물대표들은 모두 유기동물 출신이었다. 2015년 9월 병원 입구에 누군가 고양이 6마리를 넣은 트렁크를 두고 갔던 때에도 조합원들이 이들을 입양했다. 동물병원은 건강을 체크하고 치료했다. 지금까지 40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이런 과정으로 입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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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와 함께 동물공동대표에 선출된 나타샤도 한 때 버림받았던 아픔이 있는 유기묘이다./사진제공=우리동생
우리동생에 따르면, 2015년 거리에 버려진 동물의 수는 8만 마리에 이른다. 현재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307곳이고 동물들이 보호소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평균 23일 뿐이다. 이 중 32.3%가 입양이 안 돼 안락사 당한다.

우리동생은 이 같은 현실에서 한 마리라도 더 치료받고 따뜻한 새 가정으로 찾아주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발바닥하이파이브 캠페인(http://animalscoop.net/)을 펼치고 있다. 후원금은 유기동물 치료에 쓰인다. 그 과정은 기부자와 조합원 전체에 공개된다. 치료가 끝나면 임시보호와 입양을 책임진다.

김현주 우리동생 사무국장은 “동물구조협회와 협약을 맺고 공고가 끝나 안락사 전의 유기동물 중 2~3마리를 정기적으로 데려와 돌봐주고 새 가족을 찾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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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생은 병원장비구입과 진료비 책정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조합원들이 참여한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반려동물 소모임, 1인 가구들 삶 바꿔

우리동생엔 소소한 동네 소모임이 7~8개 있다. 살찐 고양이들과 사는 이들의 모임인 '배가 큰 고양이 모임', 노령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모임인 '무지개 다이어리 모임', 반려동물을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펫로스(Pet Loss) 증후군' 극복 모임 등 주제도 다양하다. 모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1인 가구 조합원들의 삶이 달라졌다.

지난 설 연휴, 조합원 일명 '우주엄마'는 그동안 엄두도 못냈던 라오스 여행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고양이 '우주'는 3박4일 동안 '돌봄 품앗이 모임'의 조합원 두 명이 번갈아 집으로 와 돌봐줬다. 집을 떠나면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우주'를 위해 다른 조합원들이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줬고, '우주엄마'는 기쁘게 그들에게 집 열쇠를 맡겼다. 깊은 신뢰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뜨개질 소모임 조합원 7명은 함께 노란색 목도리를 떠서 판매해 그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유족회와 치유활동을 돕는 기관'치유공간 이웃'에 보냈다. 자신의 강아지를 위해 노란색 목도리를 뜨던 오수진씨가 제안한 일이었다.

후원금을 보내며 이들은 반려동물이 저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른 사진을 동봉했다. 답장이 왔다. 동물 사진 덕분에 유가족들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는 감사의 편지였다.

오수진 조합원은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회사와 가정, 친구 몇 명 이외에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며 “ 가족 외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이 삶의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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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장난감 만들기 모임에 참여한 조합원들. 우리동생은 다양한 소모임을 권장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제공=우리동생
◇1000만 반려동물 시대 교육이 중요

우리동생은 다른 협동조합과 지자체와 협력활동도 펼치고 있다. 우리동물이 반려동물 수제 간식 3종은 전국 아이쿱 생협과 두레생협 등 300개 매장에 입점돼 월 평균 1만5000여 개가 팔린다. 이 수익금의 일부는 유기동물 치료에 쓰인다.

우리동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은 '교육'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몰이해로 유기하는 걸 사전에 막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도록 생활에티켓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조합원들에겐 매월 정기 교육강좌가 제공된다. 일반인은 우리동생이 서울시와 만든 150시간짜리 '반려동물 제대로 키우는 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권혁필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반려견들이 짖는 이유는 경계성, 놀이, 학습 등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며 "해당되는 원인을 찾아 적절한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교정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마을 만들기다. 정 이사장은 "동물과 교감하는 일은 기적적인 일이고 소중한 일"이라며 "이같은 직관 능력이 있어야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일까. 다리가 셋뿐인 써니를 입양한 박대루씨는 써니와 같은 품종인 비글이 동물실험에 많이 희생된다며 이들을 구조하는 단체에 후원을 시작했다. 우리동생이 바깥 세상을 향해 그려가는 사랑의 원이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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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던 고양이를 조합원이 구출해 우리동생이 치료와 보호를 맡고 있는 뱅갈고양이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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