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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초콜릿을 특별하게 먹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보는 세상]아동노동 없는 공정무역 초콜릿의 의미

이경숙 기자| | 02/15 07:40 | 조회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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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5살 난 딸아이는 초콜릿을 보면 몸을 비튼다. 한 입만 먹여도 눈을 가늘게 뜨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부부는 그런 아이를 보며 ‘취한 사람 같다’고 놀린다. 2600년 전 처음 초콜릿을 먹었다는 마야 사람들도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밸런타인데이 전날,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에서 초콜릿 두 개가 나왔다. 친구들이 줬단다. 1개는 곧바로 냉장고에 넣고 1개는 아이의 선물이라며 남편한테 줬다. 아이가 말없이 눈빛으로 아쉬움을 호소했지만, 무시했다. 초콜릿은 ‘착한 일을 했을 때의 보상’이자, ‘아주 특별한 날의 상징’으로 남겨둬야 하기에.

아이한테 습관 들이기에 초콜릿은 여러모로 부적합한 음식이다. 2000년대초 가나,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알려지면서 초콜릿 산업은 아동노동 착취산업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그 후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일명 ‘코코아 협약’을 맺었다. 이것이 서아프리카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하킨-엥겔 협약’(Harkin-Engel Protocol)이다. 카카오를 공급받는 농장을 대상으로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감독, 개선을 지속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래도 가나, 코트디부아르에선 많은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한다. 이 지역에선 온 가족이 일하지 않으면 생계 유지가 안 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임금이 코트디부아르는 0.34달러, 가나는 0.45달러란다. 코트디부아르의 6인 가족 하루 평균 임금은 1달러에도 못 미친다. 먹고 살려면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코코아 농장에 보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안전장비나 보호구 없이 코코아의 단단한 껍질을 벗기기 위한 큰 칼, 강력한 살충제 따위에 노출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코코아를 제공 받는다. 몇%일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초콜릿엔 아동노동이 들어가 있다. 아이가 초콜릿 맛에 빠져 슈퍼마켓에 들어갈 때마다 ‘초콜릿 사줘’를 외친다면 난 매번 죄책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초콜릿은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편견을 주입해버렸다.

실은 아동노동 없는 초콜릿을 먹이는 길이 있긴 하다. 아름다운커피나 아름다운가게,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같은 공정무역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송에 걸리는 2~3일은 지금 당장 초콜릿을 먹기를 바라는 아이한테는 이해할 수 없이 긴 시간일 것이다. 초콜릿은 이래저래 내 아이의 일상엔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다.

공정무역 제품으로 한정해 말하자면, 초콜릿은 어른들한테는 특별하게 챙겨 먹을 만한 음식이다. 정기적으로 초콜릿을 먹는 사람들은 뇌졸중, 심장병 같은 성인병 발병 위험이 줄더라는 연구가 있다. 공정무역 카카오농장에서 일하는 어른들한테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만한 소득을 준다.

이따위 소비자들의 사소한 고민, 강제성 없는 협약이 세상을 얼마나 바꿨으랴 싶어 국제노동기구(ILO) 홈페이지에서 아동노동 통계를 검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노동하는 아동의 숫자는 2000년 2억4600여만 명에서 2012년 1억68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소녀들의 노동은 40%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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