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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팔찌 나눔' 100만 개 기적 이루게

[쿨머니,우리 동네 히든챔피언] 서울 은평구 크라우펀딩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

백선기=이로운닷넷 기자| | 03/25 05:59 | 조회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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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팔찌 /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있을 때 김현호 성공회 신부가 크라우드펀딩 사회적기업 오마이컴퍼니를 찾았다.

“결코 잊지 말아야합니다. 기억해야 진실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변화의 기적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김 신부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 팔찌를 만들어 나누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뜻에 5만 여명이 동참했고 8차례 진행된 펀딩을 통해 90만 개의 팔찌가 제작됐다. 후원금은 총 4억3000만 원이 모였다. 수익금은 팔찌로 제작돼 무료 나눔하거나 4.16 가족협의회에 전달됐다. 다음 주에는 9차 펀딩이 시작돼 총 100만 개의 기억 팔찌 나눔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5년간 782건 수행 … 80% 사회적경제 프로젝트

세월호 기억팔찌로 사회적 큰 반향을 몰고 온 오마이컴퍼니는 대중모금 즉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이름이 나있다. 2012년 5월 홈페이지 공식 오픈과 함께 8개 프로젝트를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82여건을 진행했다. 회원 수는 13만 명에 이른다. 모금은 누적액 기준으로 총 27억 원을 돌파했다. 모두가 성공을 한 건 아니지만 상상 속에 머물던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 적어도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곳에서 펀딩은 누구나 제안 할 수 있지만 특별히 더 많이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다.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협동조합이다. 이들은 펀딩주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 플랫폼은 수익률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의뢰하는 기업이나 개인 단체들이 특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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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된 마리몬드 제품들./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특별한 가치 지닌 기업이 자생하도록 돕는 플랫폼"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을 사회적 미션으로 삼고 있다. 마리몬드의 상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작한 압화 작품을 모티브로 한 꽃이 그려져 있다. 배우 박보검과 가수 수지 등 유명 스타들이 이 꽃이 그려진 휴대폰케이스를 애용해 큰 인기를 끌면서 마리몬드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리몬드는 창업 초기인 2013년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일본 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티셔츠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목표 금액보다 무려 3515%를 초과한 1억7500만 원을 모았다. 기간은 불과 한 달. 동참한 인원은 4512명이었다. 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세우는 데 쓰였다.

마리몬드는 3차례에 걸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리워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제품 출시의 바로미터로 삼았다. 지난해 매출은 창업 때보다 10배나 성장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도 더불어 쑥쑥 커갔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오마이컴퍼니는 특별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가치·수익 동시에 잡아

지난해 7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제도가 도입되면서 오마이컴퍼니는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았다. 이 제도로 개인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를 통해 중소 벤처 기업에 연간 최대 500만 원(업체당 2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오마이컴퍼니는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공사회주택’ 건립을 위한 운영비 모금을 첫 프로젝트로 삼았다. 예비사회적기업 ㈜ 녹색친구는 8일 만에 목표 금액의 103%인 5160만 원을 모았다. 투자자 17명은 채권 만기일인 6개월만에 5%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1월에는 경기도내 기초수급자 800명에게 재활을 지원해 수급자를 벗어나게 하는 ‘해봄프로젝트’에 일반 시민 투자금 5000만 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예산 15억5000만원 전액을 민간이 먼저 투자하고 성과에 따라 경기도가 원금과 보상금을 돌려주는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 방식이다.

800명 중 237명 이상이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투자자는 40개월 투자해 최대 24%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성 대표는 “SIB는 주로 큰 재단이나 기관의 자금으로 운영되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일부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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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크라우드펀딩대회 수상자들. 정 중앙 반팔셔츠 차림의 남성이 대상을 차지한 박한샘 ㈜ 미스터박대리인터내셔널 대표다./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 성공하면 추가 자금 지원 연계

오마이컴퍼니는 펀딩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개 공공기관 또는 재단과 손잡고 각종 크라우드펀딩대회를 진행했다. 대회를 통해 우수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한다. 홍보에 쓰일 수 있는 영상도 제작한다. 펀딩에 성공하면 추가적인 자금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부산에 기반을 둔 배터리전문업체 사회적기업 ㈜ 미스터 박대리인터내셔널은 2016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크라우드펀딩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시민들로부터 2000만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1억 원의 운영자금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박한샘 미스터 박대리인터내셔널 대표는 “ 그동안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들락거렸지만 신생기업이라 번번이 퇴짜 맞았다”며 “대상을 받고 나서 추천장을 들고 가니 대접이 달라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마이컴퍼니는 신용보증기금과 제휴를 맺고 당사가 추천한 기업들은 신보가 보증을 서 시중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뿐 아니라 (재)한국사회투자와 사회연대은행, 북서울 신협에서도 펀딩 성공업체들에게 대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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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돈의 흐름을 바꿔놓자” 창업

성진경 대표는 자본주의시장의 꽃이란 증권회사에서 10년 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한 이력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금융에 눈을 떴다. 그는 “돈의 흐름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리지만 정작 돈이 필요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곳엔 돈이 모이지 않아요. 그 물줄기를 바꿔놓고 싶었습니다.”

그는 2011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가 과정을 밟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1기 육성사업 창업팀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다. 사회적기업들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재무상태가 어렵고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멤버이자 사이트 서비스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한송이 이사는 한 때 게임업계에서 일했다. 그는 “무모하고 용감했지만 영리만 추구하는 게임회사 말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한 이사는 창업팀이 성장을 거듭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올 때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소셜벤처 농사펀드를 꼽았다. 농사펀드는 오마이컴퍼니를 통해 ‘매실펀드’ ‘쌀 펀드’ 등을 진행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농부가 펀딩으로 영농자금을 지원받고 수확하면 리워드로 농작물을 제공하는 형태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정말 이 아이디어가 ‘가능할까’에서 ‘가능하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도전의 발판이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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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펀드는 소작농이나 친환경 재배 농민들이 초기 영농자금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다는데 착안해 기획됐다./사진제공=오마이컴퍼니

◇ ‘응원’의 힘을 전파하기 위한 ‘소망펀드’

지난해 6억3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오마이컴퍼니는 올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개인들이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하도록 응원하는 이른바 ‘소망펀드’를 준비 중이다. 성진경대표는 두달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돈’뿐이 아니라 ‘응원’이 얼마나 삶에 큰 힘이 되는지 몸소 깨달았다. 실험적 프로젝트로 파킨슨병을 30년간 앓아온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투병기를 출간하고 싶어하는 소망펀드를 지금 준비 중이다.

“더 좋은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마이컴퍼니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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