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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진짜 경제공동체

이경숙 기자| | 04/06 05:59 | 조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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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쿨머니팀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어느 땅에든 그루터기만 남았는데도 새싹을 올리고 있는 나무를 봤다면, 주변을 둘러볼 일이다. 아마 이 녀석과 공동체를 이룬 ‘친구나무’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이건 실화다. 어떤 산림기사가 너도밤나무 보호 구역에서 이상한 돌을 봤다. 돌 같지 않게 휜 데다 가운데가 비어 있었다. 이끼를 들추니 나무껍질이 나왔다. 밑을 파보니 초록색 층이 나왔다. 그건 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의 그루터기였다. 가지와 줄기를 잃은 나무는 대개 죽는다. 광합성을 못하니까. 이 나무는 어찌 살았을까. 이웃 너도밤나무들이 뿌리로 양분을 전해준 덕분이다.

너도밤나무든, 참나무든 거의 모든 종류의 나무는 한 숲에서 오래 같이 살면 ‘우정’이 생긴다. 줄기가 잘려나가거나 아직 어려서 약한 ‘친구나무’가 있으면 이들은 뿌리로 영양을 전한다. 잎이나 가지는 친구나무가 없는 쪽으로 더 무성히 뻗친다. 친구나무한테 갈 햇빛을 자기가 뺏을까봐. 독일 휨멜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이 쓴 '나무수업'이란 책에 나온 얘기다.

자연림 속 나무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데엔 이유가 있다. 함께 사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무한텐 숲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 바람에 덜 휘둘린다. 함께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많은 물을 흙에 품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무는 약한 녀석이 쓰러지기 전에 돕는다. 옆에 녀석이 쓰러지면 그 자리에 구멍이 나고 거기로 온갖 시련이 밀려들 것이다.

사람들의 공동체도 똑같다. 한자로 공동체는 함께 공(共), 한 가지 동(同), 몸 체(體) 즉 함께 한 가지로 사는 조직체를 뜻한다. 영어로 공동체를 뜻하는 ‘커뮤니티(Community)’는 함께(com) 나눈다(munis)는 라틴어에 나왔다.

최순실 씨가 재판에서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한 후, 포털사이트 검색결과가 달라졌다. 네이버, 다음 어느 사이트에든 검색창에 '경제공동체'를 치면 '박근혜 경제공동체', '최순실 경제공동체'가 유럽경제공동체(ECC)보다 먼저 연관어로 뜬다.

경제공동체는 원래 공동의 금융, 재정 정책을 수행하는 경제협력체를 뜻한다. 공동조세정책, 단일화폐까지 가기에 정치 연합이 요구되기도 한다. 유럽경제공동체에서 비롯된 유럽공동체(EC)가 다시 유럽연합(EU)으로 확대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익만 공유하는 집단은 경제공동체라 부르기 어렵다. 공동체는 약자를 배려하고 구성원으로 통합한다. 유럽연합이 공동체니까 그리스인들이 재정지원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다. 사업체도 약자를 통합하면 공동체가 된다. 복사용지로 돈 벌어 단순조립 파트에 장애인 직원을 늘리는 리드릭 같은 사회적기업, 평직원도 팀장과 평등하게 총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해피브릿지 같은 노동자협동조합이 그런 예다.

전 대통령과 최씨처럼 정치, 경제적 강자로만 구성된 집단은 공동체가 아니다. 강자들끼리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모인 이익집단(Interest Group)이다. 빵, 돈(pan)을 함께(com) 먹는다는 뜻의 ‘컴퍼니(company)’라는 말을 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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