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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 갑니다"

[쿨머니, 세계 공정무역의 날 특집] <1>아에타 소녀의 삶을 바꾼 '기적의 건망고'

백선기 이로운넷 쿨머니에디터| | 05/13 08:18 | 조회 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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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타족인 알리샤(사범대3)는 바나웬 마을의 7번째 대학생이다./사진제공=AFN

알리샤가 태어난 필리핀 아에타족 마을 사람 상당수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알리샤는 마을에서 7번째로 대학생이 됐다. 올해 사범대학교 3학년. 그의 꿈은 고향의 마을 학교 교사다.

필리핀에서는 사범대학교를 나오면 대도시에 취업해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알리샤는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문맹일 때는 몰랐던 넓은 세상을 자신의 동생들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그는 “공정무역 덕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처럼 배움의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널려 있던 망고나무로 마을 살린 비결

교사란 꿈은 6년 전 공정무역 망고나무에서부터 싹텄다. 예전부터 그의 고향 땅에는 야생 망고가 널려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시장에 내다 팔려 하지 않았다. 힘들게 따봤자 시장 상인들이 형편없는 가격으로 후려치기 때문이다. 농부인 알리샤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공정무역 망고는 달랐다. 시장가격의 2~3배를 받을 수 있었고 최저 가격을 인정받았다. 망고를 사준 이는 공정무역으로 소작농들의 가난을 몰아내고 판매 수익금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프레다 재단이다.

프레다는 흉작에도 농부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카카오, 바나나 등 다양한 작물을 심도록 묘목을 무료로 지급해줬다. 유기농법을 비롯해 친환경 농법을 가르쳐줬고 그 어렵다는 국제적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금전적·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학령기 아동들에게는 장학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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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를 수확하는 농부. 프레다 망고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다./사진제공= AFN


◇교육 기회, 장려금 주고 아동노동 막아

한국에서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이하 AFN)가 프레다재단으로부터 건망고를 수입해 판매한다. AFN 건망고를 먹는 것만으로도 아동학대 예방과 공정무역 확산에 기여하는 셈이다. AFN은 공정무역 원칙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생산자 마을을 방문한다. 이들에게 공정무역 프리미엄(장려금)을 지급하거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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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N은 전기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에타 마을 주민들을 돕기 위해 태양열 랜턴을 선물했다./사진제공=AFN

공정무역을 하는 업체는 공정무역 원칙을 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렇다. 첫 번째는 공정무역 프리미엄, 일종의 장려금 지급이다.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 제품 가격의 10~15%의 웃돈을 지불해주는 것이다. 장려금을 통해 생산자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교육 기회 제공, 강제노동과 어린이 노동의 금지, 차별 없는 고용 조건, 환경을 배려하는 생산방식,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간 무역거래도 중요한 원칙이다.

AFN에서 생산자 협력을 담당하는 이승희 간사는 지난해 10월 알리샤가 사는 바나웬 마을, 민다나오 섬의 파나보시티 등 망고 농부 마을 3곳을 방문했다. 공정무역 프리미엄을 지급하던 날 바나웬 마을의 한 농부는 물소를 타고 먼 길을 찾아왔다. 1년 동안 힘들게 원칙을 지켜 깐깐하게 농사를 지은 것에 대한 공을 인정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나웬 마을 어린이들에게는 학용품 꾸러미 60세트가 전달됐다. 전기 시설이 부족한 마을에는 태양열 랜턴이 갔다. 이 간사를 만난 엘 디폰소 씨는 “공정무역을 시작한 후 4년 만에 1.5헥타르의 농토를 샀다”며 “많건 적건 간에 내 땅에서 땀 흘려 수확한 망고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고 전했다.

공정무역의 열매는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땅으로 돌아왔고 마을에는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교가 세워졌고 길이 나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할 우물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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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프리미엄을 받고 뿌듯해하는 파나보시티망고농부와 이승희AFN간사(맨오른쪽)/사진제공= AFN

◇'지구 온난화' 위협 속 의리 지키는 파트너들

AFN은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건망고를 들여오지 못했다. 필리핀에 역대급 엘니뇨와 라니냐가 엄습해 자연 농법을 고수하는 생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망고나무가 열매를 맺기 전에 싹이 나오는가 하면 폭우로 꽃이 제때 피어나지 못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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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앞둔 탐스러운 망고 열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농부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사진제공= AFN


그렇지만 AFN은 다른 망고 농장과는 거래하지 않았다. 이 간사는 “일반 기업이라면 흉작으로 망고를 구하지 못하면 거래처를 옮기면 되지만 우린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공정무역 업체는 장기간 파트너십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 초 드디어 기다리던 공정무역 건망고가 들어온 날, AFN 홈페이지에는 ‘돌아온 망고’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는 “과연 공정무역이 생산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키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현지에 가보면 얼마나 공정무역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를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간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만난 한 촌로는 공정무역 망고 효과에 대해서 이렇게 촌평을 남겼다.

“우리의 소망은 나의 손자, 손녀들을 교육할 때까지 망고를 파는 거예요. 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금 네이버 해피빈에서는 AFN 공감펀딩이 진행 중이다. 펀딩에 참여하면 더 많은 필리핀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1만 원 이상 후원하면 올해 첫수확한 햇망고로 만든 새콤달콤한 건망고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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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다 재단은 공정무역 망고를 재배하는 농부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배움을 독려한다/사진제공= AF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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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란?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세계 공정무역 기구는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고 활발한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지정했다. 이날에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400여 개 공정무역단체들과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한다.

13일과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주최로 공정무역 공동 카페가 운영되고 공정무역 음료 시음행사·방향제 만들기·공정무역 백팩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이 밖에 아르간 오일 천연비누 만들기· 공정무역 허브 및 허브티 만들기· 공정무역 도전 골든벨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 공정무역 장터가 열린다.

한국에서는 AFN을 비롯해 아름다운커피·아이쿱생협·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서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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