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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많던 아이, 텃밭 나가며 달라져"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도시에 마음의 고향 만드는 도시농업 사회적기업 에코11

백선기 이로운넷 쿨머니에디터| | 08/26 07:00 | 조회 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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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몰 도서관 옥상 텃밭에서 어린이들이 작물을 수확하고 있다./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음식만 보면 제일 먼저 달려들던 아이가 순서를 기다리더군요. 식탐이 많으면 욕심이 많다는데 텃밭에서 6명씩 모둠 요리 수업을 하면서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바뀌었습니다.”

강성구 누리미지역아동센터장은 영미(가명, 9살)가 달라진 게 텃밭 수업 덕분 같다고 말했다. 식탐이 많은 영미한테 양보란 없었다. 오로지 ‘내 것’만 챙겼다. 친구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그랬던 영미가 지난 1년 동안 매주 목요일 또래 아이들 20명과 함께 텃밭에서 어울리면서 달라졌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벌레라면 질겁하던 아이가 지렁이와 곤충과도 친해졌다. 스스로 뿌린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을 봤다. 그 작물로 요리를 하니 소중함을 느껴서일까. 남기는 음식도 점차 사라졌다.

“자연친화적인 습관뿐 아니라 정서에도 좋아요. 돌아갈 고향이 있는 어른들의 마음이 그렇듯, 텃밭은 도시 아이들한테 기억과 추억으로서의 고향을 마련해주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 '마음의 고향' 만들며 자연과 소통법 알려

아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물해 준 텃밭 체험 교실은 사회적기업 에코11이 만든 교육프로그램이다. 에코11은 2012년 흙을 사랑하고 자원의 재순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11명이 뭉쳐 만들었다. 11이란 숫자에는 11년 동안 한 사람이 하나의 미션을 정해 수행하자는 뜻을 담았다. 1가구 1텃밭, 1학교 1텃밭, 1마을 1텃밭 같은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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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에코11 대표가 토종수박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백혜숙 에코11 대표는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교육을 융합한 형태의 도시농업에 눈을 떴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자녀에게 체험의 기회를 주려 하자 마땅한 프로그램이나 단체가 없었다. 비영리단체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던 백 대표는 사회적기업 형태로 도시농업 교육에 직접 뛰어들었다.

2012년 창업 후 6년 동안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학교 텃밭 만들기를 비롯해 기업의 사회공헌을 연계한 기부텃밭 만들기, 텃밭을 활용한 학교 폭력 예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과 서로 소통하는 법을 알렸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건 텃밭입니다. 공원이나 숲도 있지만 정적인 곳이고 상호작용을 하며 소통을 하는 공간은 아니지요. 텃밭은 가꾸면서 식물과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씨를 뿌리고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변화와 성장의 힘을 얻습니다. 힘들 때 위로도 받고요. ”

◇커피찌꺼기로 '퇴비발전소'…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

에코11은 자원 재순환의 우선 가치로 저에너지, 저비용을 꼽는다. 한 마디로 덜 쓰고 한번 더 쓰자는 얘기다.

'퇴비발전소'는 그러한 가치관에서 탄생했다. 퇴비발전소는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만드는 프로젝트 이름이다. 무동력으로 가동되는 퇴비통에 커피찌꺼기와 함께 에코11이 개발한 ‘컴포스트카페’란 미생물을 넣어 섞어주면 약 4주 후 영양분이 풍부한 퇴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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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1kg이면 커피찌꺼기 50kg의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커피찌꺼기는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그냥 버려진다. 한 해 약 41만톤(2014년 기준)이 땅에 묻히거나 소각된다. 그러나 퇴비로 만들면 다른 작물을 키우는 영양분으로 재탄생한다. 퇴비통 가격은 48만 원 선으로 한 번에 200킬로그램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서울 도봉구 숲속애(愛) 협동조합은 매일 동네 카페를 돌며 수거한 커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조합원뿐 아니라 분갈이나 텃밭을 가꾸는 지역 주민들한테 무상으로 나눠준다. 지은림 사무국장은 "일주일이면 약 200킬로그램의 커피찌꺼기가 모인다"며 “환경을 지키고 나눔을 통해 공동체도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써본 분들 반응이 좋아요. 벌레가 덜 생기고 식물이 잘 자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인근 성북구와 강북구 멀리 천호동에서도 찾아옵니다.”

퇴비발전소 프로젝트는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받아 2014년 에코11은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비타민C 20배의 항산화력' 땅콩 새싹으로 농한기 극복

창업 6년 차를 맞은 에코11의 최대 고민은 계절을 타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 개발이다. 도시농업도 일반 농업처럼 농한기가 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농한기에는 모든 게 중지된다"고 말했다. "작물재배도 멈추고 교육도 방학을 맞아요. 지속가능하려면 농한기에도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계절 상품 개발이 시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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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11은 땅콩새싹(정 중앙)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사진제공=에코11

에코11은 최근 땅콩새싹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땅콩새싹은 콩나물처럼 수경재배가 가능하지만 부가가치는 훨씬 높다. 백 대표는 "비타민C보다 20~30배의 강력한 항산화력을 지니고 있고 인삼처럼 사포닌이 다량 들어 있다"며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농업진흥청 연구 결과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땅콩새싹을 사업화하기 위해 에코11은 땅콩 산지로 유명한 전북 고창의 농가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저희 미션 중 하나가 도시와 농촌의 상생입니다. 농가는 땅콩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도시에선 새싹을 틔워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일자리도 창출하고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6차 산업의 롤 모델이 아닐까요?”

◇농생명 진로체험 교실…경력단절여성 일자리 제공

에코11은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체험 교실인 '꿈을 틔우는 생명 학교' 즉 꿈 생산학교를 문 열었다. 지난 5월 시작한 꿈 생산학교는 불과 2달 만에 약 700여명의 학생들이 거쳐 갔다. 도시가 아닌 강원도 양구에서도 진로체험 교사가 학생들을 이끌고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들이자 텃밭 관리 다경험자다. 에코11이 진로체험 강사로 선발했다. 윤혜민 강사는 “7년 만에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며 “회사를 그만두자 네트워크가 끊겼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다"고 말했다.

8월의 정오, 서울 가락동 옥상 텃밭에서 만난 10여명의 강사들은 땡볕 속에서도 2학기 강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안옥진 강사는 “텃밭 문화 기획자, 텃밭 디자이너, 도시 농업 관리사, 발효 퇴비 전문가, 식물의사 등 도시농업엔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며 "희소성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준비하면 안 된다"고 설파했다.

강사들은 텃밭이 바꾼 삶에 대해 말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배려가 생기는 아이들, 텃밭을 매개로 이어지고 있는 가족과 이웃의 정, 나누면서 더 많이 받는 법 등등.

"(애들이) 벌레를 보면 이젠 잡지 않고 채소 먹지 말라고 다른 곳에 옮겨 놉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존 의식이 생깁니다.(임우하 강사)"

"시어머니 댁에 텃밭이 있어 자주 갑니다. 만일 텃밭이 없었다면 그리 자주 갔을까요? 가족 간에 연결고리가 되어 줍니다. (최영미 강사)"

"수확한 작물을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심부름을 시키면 아이들은 처음엔 무겁다고 낑낑대며 불평했는데 배워 오는 게 있더라구요. ‘엄마, 내가 나눠줬는데 더 많이 받았다’고요.(허정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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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11 꿈 생산학교 선생님들. 주로 30~50대 경력단절 여성들이다. /사진=이우기 작가 /사진제공=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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