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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때문에 고국을 등지는 일이 없게

[쿨머니,우리동네 히든챔피언]공정무역 카페로 이주노동자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트립티'

백선기=이로운닷넷 기자| 이로운넷쿨머니에디터|, 백선기 기자| 이로운넷쿨머니에디터| | 10/21 08:50 | 조회 6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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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카페 트립티에서 한 네팔 청년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네팔인 미놋 목탄 씨는 21살의 나이에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한국을 찾았다. 무려 17년 8개월 동안 궂은 일을 해가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돌봤다. 몇 해 전 고향 땅을 다시 밟았을 때 그는 절망했다. 조국은 가난했고 청년들은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져야만 했다.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악순환을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는 '네팔 스스로 네팔을 돕자'는 취지로 2015년 수도 카트만두에 커피 교육장을 열었다. 대지진 피해를 입은 청년들을 포함해 1년여 동안 36명의 교육생을 배출했고 100% 취업에 성공했다. 커피교육은 한국의 공정무역 카페 트립티가 도왔다. 트립티는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미놋 씨는 “취업이 어려운 네팔에서 트립티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며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네팔 전통 인형 판매로 네팔의 문화를 알리는 일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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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성의 자립을 돕기 위해 트립티가 판매중인 옥수수 껍질로 만든 전통인형/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장애인 이주노동자가 지어준 이름 ‘트립티’

카페 이름, 트립티는 네팔어로 ‘참 좋다, 맛있다’는 뜻이다. 산업재해를 입고 장애인이 된 네팔 노동자가 지어준 이름이다. 트립티와 이주노동자들과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의팔 트립티 대표는 인권운동가이자 목사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외국인 노동자센터를 운영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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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팔 트립티 대표/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십 년 전 어느 날 이주 노동자들이 사는 곳으로 방문했습니다. 열댓 명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눈이 멀고 누구는 팔이 하나 없고 하나같이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었어요. 도저히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집을 내놓아 산재를 입은 해외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그리곤 이들이 본국에 돌아가 자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60살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 바리스타가 됐다.

◇ 직원 절반이 취약계층..수익 5% 이주노동자 권익보호로 쓰여

트립티는 아름다운 커피나 두레 에이피넷(APNet),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등 국내 주요 공정무역단체들로부터 생두를 산다. 그 양은 연간 10톤에 이른다. 이 공정무역 생두를 맛있게 볶고 블렌딩하면 유기농 커피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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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와 맛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트립티 유기농커피/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트립티는 원두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Kg씩 소량으로 볶는다. 유통기한도 3개월~5개월로 짧게 잡았다. 블렌딩 기술과 신선함 때문인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2014년 1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에는 4억 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정무역 커피 교육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프로그램의 우수성으로 서울시장상과 교육감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현재 직원 수는 15명이다. 그중 절반 이상은 이주여성과 탈북 청년 그리고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다. 트립티는 수익의 5%를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 “이주 노동자들의 행복한 귀환, 귀화가 목표”

서강대학교 앞에 위치한 공정무역 카페 트립티에 들어서면 다양한 공정무역 상품들이 방문객들에게 말을 건다. 커피는 기본이고 가난한 이웃나라 사람들이 만든 알록달록한 수공예품들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트립티는 마포지역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직영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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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티는 공정무역커피뿐 아니라 저개발국가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전통문화상품들을 전시 판매한다./사진=이우기/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트립티는 이주노동자들에겐 사랑방이다. 4년째 베트남·네팔·미얀마·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과 아시아 친구 손잡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순번을 정해 그 나라 음식을 나눠 먹고 전통의상을 입어보며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박미성 트립티 상임이사는 “트립티의 목표는 행복한 귀환과 귀화”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을 포함해 한국에 머물다간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자리 잡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 커피나무를 심어 자연재해를 막고 소득도 올리고

트립티는 2016년부터 함께 일하는 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진 참사 후 네팔에 희망을 심어주는 이른바 스마일 투게더 프로젝트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1년에 3만 달러씩 최고 3년까지 스마일 프로젝트를 지원해준다. 박 이사는 “재단의 지원금만큼 동일한 액수를 트립티도 지원금으로 내놓는다”며 “지금까지 총 지원금 액수는 약 12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5개 단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비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그룹홈 '들꽃청소년세상'과 네팔의 여성을 위한 '꼬빌라홈',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홀리차이드스쿨' 그리고 '네팔들꽃트립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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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바글룽 지역에 커피 묘목 나무를 심고 있는 트립티 식구들/사진제공=트립티

트립티는 지난해 6월 공정무역 커피 생산지인 바글룽 지역에 커피나무 500그루를 심고 왔다. 커피나무는 뿌리가 깊어 산사태를 막고 빈곤층의 소득증대에도 효과가 높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커피나무들이 관리가 안 돼 죽거나 병들었다.

“농한기에 농부들을 돈을 벌러 외지로 나갑니다. 커피나무는 3~4년은 기다려야 수확을 거둘 수 있는데 당장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돌볼 겨를이 없는 거예요. ”

최 대표는 현지 실태를 알고 난 뒤 전략을 바꿔 요즘에는 집에 있는 여성들에게 커피나무 재배법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펄핑기와 탈곡기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공정무역 커피 생산자인 바글룽 주민들은 현재 장비가 없어 커피 열매 1Kg을 300원에 팔고 있다. 만일 기계가 도입돼 생두로 만들면 1kg 당 7000원을 받을 수 있어 2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 해외로 뻗어가는 트립티 ... 동남아 3개국에 진출

트립티는 네팔을 비롯해 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박 이사는 “아이들은 18살이 넘으면 퇴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자립할 수 있도록 카페 기술과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 15년 동안 미싱공으로 일했던 이주 노동자 황반 씨가 귀국 전 트립티에서 카페 관련 기술을 2년 익히고 베트남으로 돌아가 카페 트립티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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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진출한 치앙마이 트립티/사진제공=트립티

요즘 트립티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팔의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들 400여 명이 다니는 홀리차일드학교의 신축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다. 홀리차일드스쿨의 케이비 샤히(K.B. Shay) 교장은 기숙사 건립비를 마련하기 위해 3년간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최 대표는 “국경이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걸 넘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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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차일드 스쿨 학생들. 학부모들이 등록금을 못내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트립티는 커피 묘목 2500그루를 심어주었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요?”

트립티가 공정무역 카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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