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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이어폰 아니고 보청기야? 10만원대 보청기 ‘올리브’가 온다

올리브 유니온의 세련된 디자인 '올리브'…성능은 200만원대·난청인들의 환호

백선기 이로운넷 쿨머니에디터| | 07/18 07:47 | 조회 2840

2016년 11월. 세계적으로 이름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인디고고(Indiegogo)에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문을 두드렸다.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를 생산하는 ‘올리브 유니온’이다.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단 이틀 만에 목표 금액 2만 달러를 달성했고 총 펀딩 금액은 목표치보다 3991%를 초과한 81만 6000달러 (9억여 원)를 기록했다.

보청기 가격은 100달러. 시중에 통용되는 보청기가 한쪽에 200만 원에서 고가는 6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비결은 알고리즘과 블루투스란 첨단 기술 덕분이다. 기존의 보청기가 주변 소리를 증폭해 전달하는 방식인데 비해 올리브는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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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대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는 성능면에서 200만 원 상당의 보청기에 뒤지지 않는다. /사진제공= 올리브유니온

“기존의 보청기 회로 대신 값이 저렴한 블루투스 모듈을 활용했습니다. 소리와 연계된 스피커와 마이크 부분은 고급을 사용해 음향의 품질을 높였고 국내 음향기기 업체와 협업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로열티 지출이 없고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도 줄인 결과입니다.” (송명근 올리브유니온대표)

값이 싸다고 품질이 낮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국내 의료기기 인증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도 마쳤다. 미국의 안시(ANSI) 테스트와 국내 식약처 평가 결과 200만 원대의 보청기와 견주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싸게 구매하고도 왜 쓰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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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근 올리브 유니온 대표
송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보청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감지했다. 가까운 친척이 400여만 원이란 큰 돈을 주고 마련한 보청기를 일주일도 안 돼 벗어던지는 걸 보고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용법이 복잡하고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는 것이 이유였어요.”


보청기의 원리를 탐독한 그는 보청기 안에 들어가는 부품 수를 보곤 깜짝 놀랐다.


“노트북도 100만 원대면 한 번 사서 잘 쓰는데 부품 수도 훨씬 적은 보청기는 왜 비쌀까. 이상했지요.”


그는 왜곡된 시장의 유통구조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판단했다.


“보청기 원리는 20년 이상 오래된 기술입니다. 세계적으로 7여 개의 회사가 시장을 독과점하다보니 새로운 기술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죠.”


송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에서 교육용 태블릿 PC를 기획하고 디자인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인들에게 ‘IT 기술을 접목하면 누구나 쓰기 쉽고 저렴한 보청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얘기 된다. 한 번 해봐라’라는 응원에 힘입어 창업을 결심했다.


모바일 앱으로 청력 검사 무료


보청기를 구매하려면 먼저 병원이나 보청기 대리점에 가서 상담과 진단을 통해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개인에 맞게 설정하려면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2015년부터 청각 장애 판정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보청기 구매 시 최대 131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정밀 검사 비용이 많이 들고 판정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정밀 청력 검사 비용이 20만 원에서 45만 원이 듭니다. 애들한테 손 벌려 생활하는 처지에 비싼 검사료를 어떻게 냅니까? 장애가 있어도 보청기를 마련할 여건이 안 되는 거죠.” (60대 난청인)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 시력이 변하듯 청력도 변하기 때문에 재조정하려면 구매처를 다시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는 이런 요소를 개선했다. 사용방법은 이렇다. 올리브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인디고고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청력 검사를 진행할 수 있고 이미 청력 검사지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그 값을 입력하면 된다.

사용자가 스스로 듣기 좋은 환경 선택최고의 장점은 보청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시로 변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에게 잘 들리는 소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보청기는 버튼 모드가 있습니다. 가령 1번은 TV용, 2번은 대화용처럼 메모리 식으로 저장돼 있죠. 하지만 생활 속 소리 환경이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괴리감을 느끼고 적응하지 못해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요.”


이에 반해 올리브는 사용자가 앱을 이용해 상황에 따라 음량, 주파수, 압축 정도 등 청력 보조 기능을 수시로 변경해 가며 자신에게 최적화된 소리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성에 힘입어 올리브 유니온이 만든 스마트 보청기는 지금까지 1만 여대가 판매됐고, 펀딩 후원자 수는 6600여명에 이른다.
이어폰인 줄 알았는데 보청기였네?올리브유니온에 따르면 스마트 보청기를 구매한 사람의 70%가 33~55살의 청년층이다. 흔히 난청 하면 노화의 상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젊은 층 사이에도 난청 인구가 꽤 많음을 뒷받침한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면서 난청이 생겼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도 난청이 있어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청력이 65% 수준입니다.” (난청을 호소하는 청년들)

송 대표는 젊은 층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있는데도 보청기 착용을 기피하는 이유로 디자인을 꼽았다. 그래서 보청기를 의료기기가 아니라 패션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 헤드셋을 벤치마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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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모습./사진제공=올리브유니온

“요즘은 택배 기사분이나 젊은 층도 헤드셋을 낍니다. 보청기를 이어폰처럼 디자인하면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어요. 기존의 보청기는 피부색과 비슷한 살구색입니다. 뭔가 숨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거죠.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청력이 안 좋으면 보청기를 끼는 게 뭐가 문제인가요?"

스마트 보청기는 디자인뿐 아니라 무선통신망 덕분에 단순한 보청기 기능을 초월해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이어폰과 같은 기능을 한다. 무게는 7g.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한 번 충전하면 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와 소통… 연구개발비 절감

올리브유니온은 올해 1월 기존의 스마트 보청기의 성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린 새로운 버전을 20만 원대 초반에 내놓았다. 성능 향상에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사용 후기가 큰 몫을 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10월 4000개의 베타버전을 시장에 내놓고 제품 개선에 참여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모집해 의견을 수렴하고 제품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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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보청기 본체와 충전기·충전케이블·사용설명서·이어팁 6종으로 구성돼있다.

“제조물품은 경험치가 아주 중요합니다. 깨끗하게 잘 들린다는 반응이 컸지만 사용자들과 소통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문제점들을 알아내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는 충전기에서 꺼낼 때 손가락을 사용해 밀어주어야 한다. 동양인 기준에 맞춰 설계했다가 손이 두툼한 서양인들로부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구멍의 크기를 늘렸다.


이어팁의 가짓수를 1개에서 소재와 크기별로 총 6개로 늘린 것도 귀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에 따른 조치다. 최근에도 한 달에 평균 약 2000건 정도의 사용 후기가 회사 이메일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해외 시장 먼저 공략.. 국내 8월 본격 판매올리브 유니온은 국내보다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직원도 외국인을 채용했다. 9명 가운데 3명이 인도와 베트남, 스웨덴 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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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사무실에서 업무에 바쁜 직원들. 총 9명 중 3명이 외국국적의 개발자들이다.

스마트 보청기는 빠르면 오는 8월부터 국내 유명 전자제품 유통채널을 통해 본격 판매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아마존과 대형 약국(Drug store) 체인망 1만6000곳에 5만 개를 수출한다. 국내외 판매가 본격화되면 연 매출 60억 원 달성도 거뜬하리란 전망이다.


갈 길은 멀지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목표


스마트 보청기 올리브는 아직까지 중도 난청 환자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전체 난청인의 약 80% 정도다.


“고도 난청 환자를 위해서는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합니다. 보청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니, 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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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배송을 앞두고 마지막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송 대표

2016년 6월에 설립한 올리브유니온은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송 대표는 “친척분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싶었던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선택한 길이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 7기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 5월 사회적기업가육성 페스티벌에서 우수 창업팀 대상을 수상했다.


올리브유니온 사무실을 방문하면 흰 벽에 선명하게 도드라진 문구가 말을 건넨다. ‘Design for All(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슬로건이다. ‘성별이나 장애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유익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올리브유니온팀들이 최우선에 두는 가치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비둘기가 마지막에 물고 오는 게 올리브 가지입니다. 이처럼 누군가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일들을 혼자가 아니라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올리브유니온이란 사명에 담긴 의미처럼 말이죠.”


사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sehu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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